문을 열면 아침이란다
문을 열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황홀한 낙원일지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 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우리는 한발 한발 나아가 문을 열며 새로운 인생을 마주하며 삶의 과정을 겪게 됩니다. 그렇게 저도 여지껏 주어진 길 앞의 몇 가지 문들을 열며 지금의 저를 만들어 왔습니다.
■ 첫 번째 문 –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꼬꼬마 중학생 시절 정주영 회장님의 자서전을 읽고 막연하게 사업가의 꿈을 꾸게 되어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였습니다. 학업이나 시험에서의 성취보다는 새로운 것을 만들고 도전하는 일들을 더 즐거워 하였기에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세계 방방곳곳을 여행 다니고, 여러 조직과 회사에서 일을 경험하며 젊음을 연료로 제 식견의 그릇을 넓혀 나갔습니다. 군 제대 후 남들이 선망한다는 컨설팅, 해외지사, 대기업에서의 인턴생활 후 규모가 큰 조직에서, 남들이 선망하는 브랜드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만이 옳은 방향이냐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전 제게 주어진 선물인 경영학이란 길을 통해 재미난 길을 열고 나가고 싶어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5학년 1학기, 취업을 목전에 둔 시절의 도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게 있어 사회생활의 첫 시작이자 유이한 이력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 두 번째 문 – 제 2의 고향, 중국
네덜란드에서의 첫번째 교환학생 후, 두번째 교환학생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아시아의 호랑이를 넘어 세계를 꿈꾸는 대국의 위엄이 보고 싶어 중국 베이징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중국인들의 환대 그리고 중국 특유의 문화를 들여다 보며 중국에 대한 애정이 깊어가게 되었고 그 계기로 중국 관련 사업을 구상하며 방한 중국인 관광객 관련 비지니스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창업 후 중국 및 홍콩법인 운영을 위해 지난 4년 간 중국 상하이, 베이징, 우한 등의 도시에 거주하게 되었고 이 기간 동안 중국인들과 더 깊숙히 어울리고 교감해 나가며 그들과 많은 것들을 향유하게 되었습니다.
중화사상으로 어우러진 대륙이라는 넓은 무대에서 할거하는 중국인들의 기상, 같은 동북아 문화권이지만 미국식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에서 많은 것을 느끼기도 또 부딪히기도 하면서 그 속에서 저도 성장해 나가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중국은 제게 있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그리움의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 세 번째 문 – 태풍이 불면 돼지도 난다.
회사는 마침 중국인의 한국여행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나가며 매거진, 온라인 마케팅 대행, 출판물 대행, 프로모션 대행, 투어버스 운영, 인터넷 커머스 등 연관되는 분야로 빠르게 커져나갔습니다. 매달 늘어나는 매출과 수익, 그리고 투자금과 함께 조직도 급속도록 커졌고 우리는 반기마다 사무실을 이사해 나가야 하였습니다. 성장하는 중국 시장의 반짝이는 스타트업 중 하나로 사람들에게 조금식 알려지게 되었지만, 조직 확장과 그에 따른 비용에 대해 회사의 매출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축제의 거품은 빠지고 회사는 외부에서 유치한 투자금을 다 쓰고, 다시 또 받은 투자금을 다 쓰며 결국 직원들의 급여와 현금흐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자 멋진 회사, 훌륭한 성과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한 수십 명의 동료들을 내보내야만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또 내보내야 하였습니다. 아마 제가 살아온 인생에 있어 가장 덤덤하게 행동하려 했던 하지만 가슴이 아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가시의 아픔들을 달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 네 번째 문 – 다시 불어온 태풍, 그리고 헤어짐
그렇게 하루하루 악을 쓰다 새벽녘 상하이 어느 뒷골목을 헤집고 들어와 누운 침대에 위에서 앞날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 중국에서 한국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한류 붐이 일어나고, 그 시기 성장해오던 중산층의 소비력과 맞물려서 한국여행, 한류, 한국상품은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콘텐츠로 떠올랐고 마침 성장동력이 꺼졌던 한국경제에 있어 이들은 여행, 콘텐츠, 소비재 등의 산업에 있어 구세주 같은 존재로 언론은 치켜세웠습니다. 우리는 새 시대에 걸맞는 반짝반짝 빛나는 기업으로 인식되며 많은 기업의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대기업, 또 다른 대기업, 인터넷 기업, 연예기획사, 유명 연예인의 아버지 회사, 상장 여행사 등등 그렇게 인수를 희망한 기업들의 경쟁은 뜨거워 지며 후끈한 여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2015년 어느 8월의 이야기 입니다.
그렇게 지리한 협상과 미팅, 술자리, 식사자리를 거치며 회사는 매각되었습니다. 나름 큰 액수였고 경영진들은 그 나이에 급여로는 꿈꿀 수 없는 현금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나름 기쁘고 들 뜬 마음도 있었지만 앞으로 갈 길이 많았습니다. 추가 투자를 받고 중국에서 조직은 다시 빠르게 커나갔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고 결국 중점적으로 진행하던 온라인 서비스는 중단하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구축한 조직, 힘들게 모셔온 수십 분의 인재들을 내보내며 다시금 가슴이 찢어지는 시간을 보내었지만 아픔을 느낄 여유도 없었습니다.
만회를 위한 새로운 사업에 대한 여러가지 시도가 있었지만 내외부적인 이유로 실현되지 않으며 일련의 과정에서 저는 회사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창업한 아니 이제는 제 회사가 아닌 회사에서.
■ 다섯 번째 문 – 연극으로의 초대
회사를 나온 뒤 처음으로 느낀 해방감 속에 마음껏 여행을 다녔습니다. 실크로드, 동남아, 일본, 미국, 히말라야, 네팔 등. 하지만 그 속에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나, 앞으로 무엇을 해 나가야 하나와 같은 공허함과 불안감도 함께 상존하였습니다. 그러던 와중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아닌 다른 분야를 도전해 보자 다짐하게 되었고 학창시절부터 열망하지만 관객으로서만 좋아하였던 연극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극단 창단을 준비하던 곳에서의 워크숍 공연을 함께하게 되었고 저는 연출가님의 신뢰와 배려로 십여 명의 경력 있는 배우들 속에서 함께 부대껴 나가는 소중한 경험을 함께 나누게 되었습니다..
연극을 하는 동안 참 행복하였습니다. 나란 존재가 도구가 되어서 표현을 하고 또 가장 직접적일 수 있는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해 나가며 기존의 일에서 와는 다른 새로운 희열을 느끼며 잠시 이 길로의 진로도 고민하게 될 정도로 살아가는 동안 연극과 함께 해나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연극배우 분들의 열악한 삶에 대한 부분도 보게 되었습니다. 예술과 생존에 대해 고민하던 그들을 보며 저는 제가 좋아하는 연극에 대해서 함께하고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고 장기적으로 소극장을 운영하고 나아가 극단을 만들고 의미있는 공연을 제작해 나가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이 생태계에 대한 가장 멋지고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러기 위해 저는 그 재원을 다른 사업을 통해 이뤄진 수익으로 가져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여 새로운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기왕 시작하는 사업이면 많은 돈을 벌기로 다짐하였습니다.
■ 새로운 질문 – 꿈과 희망이 가득한 파란나라, 파란건설
사업에 있어 성공할 수 있는 필요조건은 1) 태풍이 불어오는 곳에 가는 것, 2)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곳, 3)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러기 위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4) 오래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 이란 것을 지난 경험을 토대로 스스로의 기준을 잡게 되었고 그렇게 “부동산 개발” 업이라는 시장에 뛰어 들어 [파란건설]을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1, 2인 가구가 급증하는 한국시장에서 젊은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는 소형 주거공간을 만들어 분양 및 임대하는 일이 파란건설이 하고자 하는 영역입니다. 그렇게 또 새로운 여정이 펼쳐졌고 길 위가 매번 기쁠 수 만은 없겠지만, 일이 주어졌음에 감사하며 기왕 시작한 도전에 후회없는 과정과 의미있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해 나가고자 합니다.
■ 풀리지 않는 의문 – 어떻게 살 것인가?
인간은 누구나 죽습니다. 저 또한 하루하루 그 죽음을 인식하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살아가는 동안 행복을 느끼고 싶고 이를 위해 예술과 더 가까워지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 나가고자 합니다. 그렇게 연극을 하게 되었고, 파란건설을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초심을 유지해 나가며 어떻게 살 것인가? 왜 우리는 존재하는가? 어떻게 인연을 맺어갈 것인가? 등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 고민하며 스스로만의 생각들을 정리해 나가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 감사합니다.
2020년 3월. 장재영 올림
장 재 영ㅣJames Jang
학력사항
2004.03 ~ 2013.02ㅣ고려대학교 경영학 학사 (Seoul, Korea)
2009.09 ~ 2009.12ㅣ中国人民大学 i-mba course (Beijing, China)
2009.02 ~ 2009.07ㅣHES amsterdam school of business (Amsterdam, Netherland)
경력사항
2008.06 ~ 2008.08ㅣ일진 글로벌 INDIAㅣHR 인턴
2009.12 ~ 2010.02ㅣSK CHINAㅣ마케팅 인턴
2010.06 ~ 2010.09ㅣArthur D. Little ConsultingㅣRA
2009.12 ~ 2016.11ㅣ㈜ 짜이서울ㅣ대표이사 / 창업
2014.09 ~ 2016.12ㅣZAISEOUL Co. LTDㅣ홍콩법인 법인장
2014.09 ~ 2016.12ㅣ祺道(上海)信息科技有限公司ㅣ중국법인 법인장
2017.01 ~ 2017.12ㅣgap year
2018.01 ~ 2019.12ㅣ파란건설ㅣ대표이사 / 창업
2018.10 ~ 2019.12ㅣ(주)블루그라운드ㅣ대표이사 / 창업
2020.01 ~ ㅣ(주)하우올리ㅣ대표이사 / 창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