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쓰는 고수의 스멜. 그 다섯번째 이야기.
지난 스멜이 궁금하다면 아래를 참고.
# 미팅보고서
자칭 ‘집장사’를 표방하며 골목을 떠돈 지 어연 2년이 지나고 어느덧 다시 봄이 되었다. 전세계를 휩쓰는 전염병과 끝을 모르고 하락하는 경제침체와 같은 세상의 소용돌이 만큼이나 회사의 하루하루도 다이나믹한 일들이 많았다. 마치 무대에 오르기 10초 전 심장의 쫄깃함을 느끼는 황홀함(?)을 종종 접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 여정에 감사해야 하고 감사할 뿐이다.
2년의 여정을 돌이켜 보았을 때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미팅에 대해 미팅보고서를 쓰고 다시 정리하고 또 종종 복기하는 일이다. 주로 많은 배움과 영감, 새로운 정보들을 접할 때 상대방에서 양해를 구하고 노트북 내에 노트를 하는데 2년간 이제 400여건의 미팅 보고서가 쌓이게 되었다. 이것들이 쌓이면서 내게 그 어느 것보다 가장 큰 가르침을 주어가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감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이 미팅보고서를 통한 암묵지들이 빠르게 축적되고 체화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10년 간은 머리 조아려 배운다는 마음으로 진실되고 감사를 표하고 가르침을 구하자는 마음으로 매번의 미팅을 임하는데 그간의 경험과 인사이트들을 허심탄회하게 말씀주시는 선배님들이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새로운 출발의 시작에 앞서, 다시 시작할 여정에서의 굳건한 다짐을 다지며 지난날의 미팅보고서들을 들춰보게 되었다. 아직 채 30건 도 못보았지만 매 건의 미팅 때마다 노트한 이야기들이 예사롭지 않다. 그 때는 그냥 받아만 적어놓은 내용들이 지금의 시점에서 다시 보니 정말 주옥같은 가르침도 많다.
조금 민감한 내용도 있지만, 이게 부동산개발에서의 해야할 일이고 이게 업의 본질이다. 그 본질 만을 쫓아 나가야 하는 것이 더욱 내게 주어진 운명. 그 본질과 핵심에 집중하자는 다짐과 함께 고수의 스멜들을 남긴다.
# 1. ㅎㅇ건축 박OO 대표님
핸드레일을 금속에 페인트칠로 하면 추후 녹슨다. 색감을 주기 위해 도장을 했고 금속으로 했는데 그냥 PVC가 최고다. 이런 곳이 돈 쓸 부분은 아니다.
골조는 내부직영으로 한다. 그게 더 잘하고 싸다.
회사에서 현장소장이 3가지 꼭 해야 하는데 1) 현장일보 꼭 써야함 (중장비 어떤거 들어왓고, 자재 어떤거 들어왔고 등) 2) 경비사용내역서 써야함 3) 사진 매일 찍어야함
정화조 모터가 필요하다. 모터 고장난다. 머리카락, 생리대 등에 막힌다. 귀찮아서 안한다. 모터 터져서 집으로 오폐수 역류하는 걸 경험하면 최악이다. 세입자한테도 너무 미안하다.
# 2. ㅎㅇPM 이OO 대표님
시행을 하여 바로 분양보다는 임대를 놓은 다음, 미래가치로 인해 임대료가 올라가면 수익률 역산한 가치로 매각하여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시공현장을 매일 보는 것은 별로 추천을 안 한다. 시공에 대해서 건축주가 알아야 할 기술과 시공자가 알아야 할 기술이 완전히 다르다. 그 시간에 전체적인 디자인 컨셉과 인테리어에 대한 고민들을 하는 것이 낫다. 또한 분양업체들과 협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다. 임대 잘 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1) 토지주로서의 역할 : 땅을 사야 한다. 경험치와 스터디가 싸여야 한다. 2) 건축주로서의 역할 : 설계와 시공에 대한 선정 및 관리 3) 건물주로서의 역할 : 분양 / 임대 / 매각
분양하는 건물을 30군데 정도 가봐라. 분양한다고 하면 다 찾아가서 구조보고 마감 보고 어떻게 응대하는지 보고 건물주로서의 그리고 설계 쪽에서의 건축주로서의 역할에 대해서 배워갈 수 있다. 사진찍고 보고서를 써 나가라.
# 3. ㄷㅅ종합건설 이OO 대표님
부동산 개발업은 너무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마라. 꼼꼼하게 하는 것도 안 좋다.
상가시행이 마진이 많이 남는다. 공사비가 저렴하고 350만원이고 분양을 하는데 분양가를 낮추면 다 팔린다. 1, 2층만 팔려도 땅값이랑 시공비가 다 난다. 나머지 층은 대출로 간다.
현장을 실어줄 것인가, 본사에 힘을 실어줄 것인가? 우리 정도 규모는 본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좋다. 현장에 힘을 실어주면 현장에선 소사장이니 월권을 많이 하니 본사 직원에게 힘을 주어서 컨트롤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공사일지에 대해서 웹하드에 매일 올림. 사진 3컷, 인력출력현황, 작업내용, 자재발주 현황, 기타 민원사항 등
골조까지는 위험하니 느슨하게 가고, 그 이후에는 공정관리를 세심하게 하고 공정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공기 단축한다.
소규모 주택의 경우는 한번에 현장을 여러 개 돌려 맡아야지 수지가 맞는다. 현장소장이 1명이 하나 맡아봐야 안 된다. 공사규모 10억 이하는 1사람이 된다. 20억 이하는 2사람이다.
# 4. ㄱㄷ건설 이OO 대표님
운도 많이 필요하다. 특히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은 사업기간이 몇 년이 되기에 그 사이에 경기변동이나 외부상황이 여러가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예상 수익이 많은 사업을 해야 중간에 삐그덕 거려도 남는 게 있고 버틸 수 있다.
그나마 변수가 적은게 주택이다.
겪어 봐야 아는 시장인데 보통 겪는 과정에서 사단이 난다. 배워가면서 눈코 다 베어 간다. PF랑 신탁 에서 안다고 나와서 하다가 망한 경우 엄청 많다.
# 5. ㅅㅅ주택 박OO 회장님
모든 것은 운과 사람에 달려 있다.
엄청나게 험난한 길이다. 각오하고 시작해라. 큰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사기를 당할 수도 있고 분양이 안될 수도 있다. 각오를 하고 기왕 시작한 것이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노가다하는 사람들, 목수들 같이 현장밥 먹는 사람들 절대 무시하지 마라. 그러면 큰일난다.
업자들을 잘 만나야 한다. 그 업자들이 잘해줘야 내가 성공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인연이다.
모든 것이 다 운이다. 재수가 없으면 나쁜 사람 만나 사기 당하는 것이다. 결국 운빨이 중요하다.
지금 너한테 잘해주는 사람 조심해라. 어느 때 뒤통수 치고 떼먹을 줄 모른다.
부동산 개발 관련
잘되는 쪽으로 해서 붙는게 좋다. 땅이 싸다고 중요한게 아니라 분양이 되어야 한다. 매크로한 흐름이 좋은 곳에서 잡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이익보다 분양성 좋은데 해라. 처음 성공해야 그 다음으로 갈 수 잇다.
서울에서 안되는 곳은 없다. 되는 곳은 된다. 분양가만 싸면 된다.
분양만 잘되면 집장사 만큼 이윤 남는 장사는 없다.
남들보다 잘 지으려고 하지마라. 남들만큼 짓고 하자없을 정도로만 지어라.
여자 분들 필에 꽃히는 인테리어만 해라. 실제적인 결정권자가 젊은 여성이기에 그들 취향의 인테리어가 중요하다.
# ㅌㄱ개발 윤OO대표님
분양불이 되어버리면 시공사 한테 끌려가게 되어 있다. 공사비가 80% 까지만 있으면 업체는 시행사가 주무를 수 있다. 분양불로 가면 사람을 잘 만나면 상관없는데 아니면 판이 깨지는 경우가 참 많다. 돈을 안 받고 버틸 수 있는 시공사가 많지 않다. 종건들이 다 커보이는데 다 빈털터리가 많다. 종건 100억이면 큰게 아니다.
스스로 뿌리를 깊게 내리는 과정
시공사와 관계자들을 왜 못 믿냐? 아직 장사장의 그릇이 작기 때문이다. 뭐 그건 어쩔 수 없다 그런 얘기를 듣더라도 내가 꼼꼼히 확인을 다 한 후 스스로 확신이 생길 때 가는 것이 맞다.
기왕 이 업에 뛰어 들었다면 직접 시행을 해서 시공사를 직접 선정해서 해봐야 한다. 이렇게 남에게 맡겨서 가게 되면 앞으로 3년 후가 되어도 결국 내가 배우는 것은 비슷해질 뿐이다.
O회장님은 힘든데 왜 혼자서 다 하겠느냐? 결국 아무도 못 믿기 때문이다.
아직 젊고 오래 해 나갈 것이라면 남한테 의존하는 것보다 직접 부딪혀 봐라.
내가 믿고 가야만 되는 것인데, 그 전에 내가 다 확인을 해봐야 한다. 그러한 확인 후 내 확신 속에 판단해야 한다.
내가 시행을 해나가고 시공을 장기적으로 해나갈 것이라면 처음부터 맨땅에서 다 일구어 봐라.
개발/시공 관련
자금지급의 경우 3월말까지 끝난 일에 대해서 4월 말에 나가게 계약서 작성을 해야 한다. 1군이 결제하는 조건이 그것이다. 이게 좋은 조건이다. 보통은 2달 뒤에 주는 경우도 많다.
시공이라는게 절대 설계 도면대로 안된다. 그 때 노련하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 경험이다.
시공사의 현장소장이 민원에 대해서 컨트롤 하게 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시행사가 직접 나서버리면 금액이 커져버린다. 10명 중에 현장소장이 7명 정도 하고 진상 2명은 시공사 대표가 직접 해결한다.
민원을 중간에 합의하면 안되고 공사 끝날 때까지 끌고 가야 한다. 중간에 민원을 해결해 버리면 주변에 소문이 나서 다 빼먹으려고 달려든다.
평면/구조를 설계하는 것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모델하우스 가서 많이 봐라. 어디가 마음에 안 들고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에 대해 봐라. 인테리어 자재 하나를 봐도 되는데 구조를 어떻게 뽑았는지에 대해서도 연구하라.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한다. 수지타산 따져서 막 들어가면 잘 안 남는다. 삼촌처럼 무식하게 들어가서 맘대로 바꾸는 사람들은 돈이 안 들어가게 바꾸는 것이기에 돈이 많이 남는다.
건축은 10원 싸움이다. 자재를 한 분야에서 10원씩만 아끼면 금방 100원이 된다.
여성 고객들에게 가장 중요한게 세탁실, 보조주방, 주방, 등이다. 그리고 붙박이장 등의 경우는 무게를 좀 줘야 한다. 창호는 상당히 중요한데 LG로 해서 보통 12미리로 끼면 된다. 표시는 별로 안난다. 굳이 24미리 쓰면 좋은거 같은데 별로 효용이 없다.
빌라는 골조가 40%이고 마감이 60%이고 상가는 골조가 60%이고 마감이 40%이다. 콘크리트의 경우는 조금 덜 들어가도 무너지지 않는다.
좋은 땅을 사는 법은?
좋은 싼 땅이 하루아침에 안 나온다. 빌라 계속 돌아다니고 연락할 수 밖에 없다.
한세대 80~100평 짜리는 이미 선배들이 지어서 다 팔아먹었기 때문에 지금은 40평 짜리 두 필지를 사서 합병에서 하는 것 밖에 없다.
땅이 중요하다. 경매를 배워라. 경매를 통해 싼 땅을 매입해라.
이전에는 동네당 빌라업자가 10명이었는데 지금은 50명이 되었다. 그만큼 토지가 하나 나오면 빨리 소문이 퍼진다. 따라서 세세하게 검토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순발력이 중요하다.
30대가 60대보다 감각이 더 뛰어나지 않는가?
80원 짜리를 100원짜리 효과로 내는 인테리어의 노하우가 있다.
지금 50~60대의 시행업자들이 20~30대의 감각을 따라가고 앞서고 있다. 그 양반들이 지금까지 빌라를 지어서 팔아먹은 이유가 그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대표의 경우 젊어서 감각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머리 속으로 생각한 것과 실제 지어진 것에 대한 감각이 없다.
시공 시 계절성 관련
계절성을 고려할려면 공사를 하지마라.
겨울에 할 때는 보양 잘해서 열풍기 틀면 된다. 시공비 올라가는데 기간은 땡겨진다.
빌라 시행하는 분들이 보양을 잘 안하는데, 열풍기 떼워서 (2달 1500정도 들어감) 보양 잘하면 콘크리트 균열에 문제가 없다. 겨울에는 일거리가 없어서 노가다 수급이 편한다.
3월에 시작해서 장마철에 마감까지 끝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계절성에 있어서 크게 의미를 둬버리면 사업하기 힘들다. 장마철끼면 공사기간 조금 더 늘어나고, 겨울철이면 보양비가 조금 더 늘어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