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TOUR 2019 : ① INTRO [20200127]

 

# 1. 들어가며

 

2019.12.20-2020.01.05의 일정으로 2019년의 그랜드투어를 유럽으로 다녀왔다. 2009년 1월부터 6월까지 있었으니 정말로 10년 만에 방문한 것이다. 그에 대한 회고를 하려는데 느낀 바도 다닌 국가들도 여러 곳이기에 글을 나눠서 올릴 예정이다. 총 6 편이다.

 

    • GRAND TOUR 2019 : ① intro
    • GRAND TOUR 2019 : ② 런던 편
    • GRAND TOUR 2019 : ③ 암스테르담 편
    • GRAND TOUR 2019 : ④ 바로셀로나 편
    • GRAND TOUR 2019 : ⑤ 로마 편
    • GRAND TOUR 2019 : ⑥ epilogue

 


 

# 2. GRAND TOUR

 

첫 회사를 하는 6년 동안 한번도 1주일 이상의 휴가를 가보지 못 했었다. 일이 바쁘다 라기 보다는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로 게을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지나고 보니 나 자신에게 미안했었다. 일이 바쁘고 사업이 중요하단 핑계로 내 자신을 스스로 돌보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이라 할까? 그래서 쉬는 동안 그리고 앞으로 일을 하게 되더라도 이 것 하나만은 다짐했다. 1년에 한번 쯤은 10일 이상의 휴가를 다녀오자. 그렇게 다녀온다고 회사가 절대 망하지 않는다.

그렇게 자칭 JAMES GRAND TOUR 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번까지 6번의 여행을 다녀왔는데, 다녀올 때마다 삶의 다양성을 만끽하며 즐겁게 다니고 또 스스로도 한 층 더 성숙하고 성장해 지는 느낌이다.

 

    • 2016.10ㅣ칭하이성 실크로드, 중국 (10 days)
    • 2016.11ㅣ하노이-호치민, 베트남 (8 days)
    • 2016.12ㅣ보스턴-뉴욕-필라델피아-워싱턴-샌프란시스코, 미국 (28 days)
    • 2017.10ㅣ안나푸르나-포카라-카투만두, 네팔 (16 days)
    • 2018.10ㅣ운남성 쿤밍-다리-리장-샹글리라, 중국 (15 days)
    • 2019.12ㅣ런던-암스테르담-바로셀로나-로마, 유럽 (17 days)

☞ GRAND TOUR 2018 – 云南,茶马古道 [20181004] http://jangjaeyoung.com/archives/171

 

GRAND TOUR가 어느덧 내 일상에 자리잡게 되면서 이 것이 내게 가지는 의미는 점점 구체적이고 명료해져 갔다.

    1. GRAND TOUR는 잠시 머물다 가는 이 곳 지구에서의 지난 문명과 도시와 자연을 구경하며 인류가 살아왔고 살아가는 모습을 구경해 나가는 여행이다.
    2. GRAND TOUR는 내가 사는 환경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내 온 몸을 던져 새로운 시선들을 경험하고, 그들이 오랜 시간동안 이뤄온 문명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다.
    3. 내가 살다 죽게 될 이 지구라는 행성을 가능한 한 많이 구경하고 흙으로 돌아가는 것. 그 여정에서의 영감과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여정이 GRAND TOUR 다.
    4. 나는 명품이나 미식에는 큰 관심이나 욕구가 없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에는 항상 목말라 있기에 GRAND TOUR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치이다. 일정 이상의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고 마음의 용기도 필요하다. 내가 살아가며 추구하고 느껴가는 기쁨 중 하나. 내가 하고 싶고 감히 할 수 있고 앞으로도 해나가야 할 LIFE WORK이다.

 

비잉 오리엔테이션에서 비잉은 존재 자체를 의미한다. 어떤 물건의 소유로 삶의 의미를 검증하려 하기보단 무엇이든 경험을 해보려고 시도하는 사람이다. 새로운 경험들이 삶에 활력을 주고 기쁨을 준다. 그 경험이 모두 좋은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수많은 경험을 통해 삶의 폭을 넓히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려는 욕구가 강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by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https://www.instagram.com/p/B4Wp3J4hRfw/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게 삶이에요. 무상한 걸 알지만, 순간의 아름다움을, 행복을 즐겨야죠. 어차피 우리는 평생 불안과 권태 사이를 오가며 살아요. 그걸 인정하면서 변하는 세상, 변하는 감정을 관찰합니다.”

by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

bit.ly/30XJiXd

 

회사 업무들로 아주 바쁜 와중이었지만 앞으로 더 바빠질 것이라 예상을 하고 지금 아니면 갈 기회가 없을 듯해 냉큼 결정을 하게 되었다. 티켓팅도 일정계획 같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말이다.

 


 

# 3. 떠나기 전

 

비행기 티켓팅과 숙소 예약만 출국 3일 전에 하고 출국 전날 밤에도 늦게까지 일하다 현지에 와서부터 현지일정들을 준비하였다. 준비는 안 했는데 가고 싶은 나라도 많고 일정은 또 엄청 빡빡하였다. 지인 말대로 일정표만 봐도 욕심이 가득한 여정이었다. 10년 만에 방문, 그리고 또 언제 갈 지 알 수 없어 어쩔 수 없다 생각하였지만 그에 따르는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던 여정이었다. 자세한 건 아래에서 이야기 하겠다.

출발해서 영국 도착 때까지 잠자고 밥 먹는 순간 빼곤 오롯이 가져 간 책만 읽었다. 그렇게 가는 동안 책 2권을 다 읽게 되었는데 그 때의 집중력이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놀라운 일인 것 같다.

첫 도시인 런던에 도착하기 전 비행기에서 한가지 다짐을 하고 메모를 해 놓았는데 다행히 17일의 여정 동안 잘 지켜낸 것 같아 참 감사하다.

 

    • 10년만의 유럽여행. 여러 가지 욕심이 많겠지만 너무 급하게 많은 것을 보려 하지 말자. 명승지를 꼭 가야 할 필요는 없다. 느긋하게 매일매일의 상황에 맞게 그냥 도시를 거닐자.
    • 여정의 마지막은 체력적으로 지칠 수도 있다. 이렇게 시간을 내고 유럽여행을 온 것만으로 엄청난 특권이고 감사한 기회다. 더 많이 웃고 긍정적인 기운을 유지하며 여정을 보내자.
    • 가급적 2일에 한번 꼴로 아침 러닝하자. 미국 여행 때도 느꼈지만 낯선 이방인으로 도시를 느끼는 방법으로 제일 효과적인 것이 바로 러닝이다.
    • 와인이 저렴할 것이다. 질 좋은 와인과 시장의 음식들을 마음껏 즐기자.
    • 최대한 영감과 소회를 그때 그때 메모하고 돌아와 블로그글로 정리하자. 맺음이 있어야 배움도 있다.

 


 

# 4. 여행 일정

 

■ 일정 : 2019년 12월 20일 ~ 2020년 1월 5일 (16박 17일)

■ 여정 : 서울–영국 런던–네덜란드 암스테르담–스페인 바로셀로나–이탈리아 로마–서울

 

일정의 경우 2주 정도로 잡으려 했는데 어차피 앞뒤로 주말을 끼니 조금 더 연장이 가능하여서 3개 도시 2주에서 4개 도시 17일로 일정을 잡게 되었다.

처음에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한 나라만 찍어서 그 도시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니려 생각했는데 10년 만의 유럽이라 보니 욕심이 생겼다. 이전에 가보고 좋았고 또 그 동안 그리웠던 도시들을 위주로 다니기로 하였다.

 


 

# 5. 숙소

 

유럽의 숙소탐방 또한 내게 여행의 일부였다. 한국과 다르게 유럽에는 부동산 개발 방식의 대형 호스텔을 소유한 브랜드들이 꽤 있고 지난 10년 간 호스텔은 대형화 되고 단순 학생들의 숙박지를 넘어 힙하고 트렌디한 공간으로 형성되어 왔다. 그리고 그 혁신의 선두에는 제너레이터 호스텔이 있었다. 아래 글이 지난 20년 간 호스텔의 역사를 잘 설명해 준 글이다.

☞ 호스텔과 브랜드 brunch.co.kr/@hotelyst/32 (영어원문 : bit.ly/38Sou6n)

 

[글로벌 호스텔 브랜드 순위]

 

[제너레이터 관련 fact sheet]

    • 유럽과 북미지역에 14개 지점을 갖춘 대표적인 호스텔 브랜드
    • 1995년 창업, 2007년에 Patron Capital이 인수. 2017년 사모펀드인 퀸스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약 5800억원에 인수.
    • 한 건물당 500-1000bed의 대형 호스텔을 운영하는데 직접 개발 또는 건물 매입을 통한 방식으로 호스텔 운영
    • 최근 미국의  FREEHAND 호스텔 브랜드를 인수하며 미국 진출/확장 해나가고 있음

 

[제너네이터에 관한 기사들]

회사소개

https://staygenerator.com/information/about

 

Queensgate Investment 인수 관련

https://www.staywyse.org/2017/03/13/generator-acquired-by-queensgate-investments-for-e450m/

 

freehand 인수 관련

https://thpt.co.uk/queensgate-investments-is-buying-us-hotel-group-freehand-for-us400m/

 

각 도시별 제너레이터 호스텔에 직접 묶으며 하우올리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했는데 단순 영감보다는 충격이 더 컸다. 세상엔 참 대단한 사람들이 많고 내가 모르는 거대한 일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도시별 숙박 내역]

 


 

# 6. BOOK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데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나는 도시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 나 자신과 인간과 우리의 삶에 대해 여러 감정을 맛본다. 그게 좋아서 여행을 한다.

그러려면 그 도시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건축물과 박물관, 미술관, 길과 공원, 도시의 모든 것은 ‘텍스트(text)’일 뿐이다. 모든 텍스트가 그러하듯 도시의 텍스트도 해석을 요구하는데, 그 요구에 응답하려면 ‘콘텍스트(context)’를 파악해야 한다. 콘텍스트는 ‘텍스트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말한다.

도시의 건축물과 공간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생각과 감정과 욕망, 그들이 처해 있었던 환경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누가, 언제, 왜, 어떤 제약 조건 아래서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 살피지 않는 사람에게, 도시는 그저 자신을 보여줄 뿐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지는 않는다.

by <유시민 유럽도시기행1 >

 

유럽의 문명은 2000년 인류의 역사이다. 짧은 여행으로 이 장구한 시간의 모든 것을 느끼고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거리의 텍스트들이 그저 사진을 위한 배경만으로 존재하기엔 유럽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 그 콘텍스트를 파악하기 위해 최소한의 독서를 하게 되었고 빠듯하지만 현지에서 매일 아침과 저녁에 1-2시간 정도의 독서를 해나갔다.

그렇게 읽은 책들 덕분에 현지에서의 여행은 정말 풍성해졌다. 각 국가별 먼나라 이웃나라를 통해 개략적인 역사를 이해하였고, 국가별 에세이 등을 통해 사회문화적인 부분도 조금이라도 파악하려 하였다. 그리고 로마문명과 르네상스 문화를 이루며 유럽 문명의 근간이 된 로마에서는 이에 관한 독서는 정말 로마에 대해 더욱 깊고 풍부하게 돌아볼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되었다.

 

[독서 리스트]

 

[인스타 독후감]

먼나라이웃나라 영국 편ㅣhttps://www.instagram.com/p/B6Y7WyahLAk/

런던 숨어있는 보석을 찾아서ㅣhttps://www.instagram.com/p/B6clsHthnIR/

퇴사 준비생의 런던ㅣhttps://www.instagram.com/p/B6Z-AzuBRyO/

먼나라이웃나라 네덜란드 편ㅣhttps://www.instagram.com/p/B6kY9CFhC-a/

물론이죠, 여기는 네덜란드 입니다ㅣhttps://www.instagram.com/p/B6kWNGWBBs4/

먼나라이웃나라 에스파냐 편ㅣhttps://www.instagram.com/p/B6sH6e0hK16/

먼나라이웃나라 이탈리아 편ㅣhttps://www.instagram.com/p/B6xVkjnhDg5/

나의 로망, 로마ㅣhttps://www.instagram.com/p/B64F7qghGBl/

유시민 유럽도시기행 1ㅣhttps://www.instagram.com/p/B61WZnnBbHI/

어떻게 살 것인가?ㅣhttps://www.instagram.com/p/B67Ty-Vh6H8/

워런버릿의 주주서한ㅣhttps://www.instagram.com/p/B687oEeB8GJ/

 

[독서 삼매경]

제너레이터 런던 1
제너레이터 런던 2
클링크 암스테르담
제너레이터 바로셀로나
제너레이터 바로셀로나 2
제너레이터 롬 1
제너레이터 롬 2

 


 

# 7. 도시별 소회

 

[런던]

하루하루가 그저 즐거웠다. 지루할 틈이 없는 콘텐츠, 뮤지컬, 축구 등. 고풍스런 느낌의 도시에서의 첫 만남. 런던에서 찍은 후 휴대폰 분실로 이젠 사진으로도 기억을 간직할 수 없으니 아마 4개 도시 중 가장 애잔하고 그리울 듯. 제너레이터 호스텔의 위용과 콜렉티보 신규지점에서의 충격은 또 하나의 압권이었다.

 

[암스테르담]

이번 유럽 여행에서 가장 그리웠던 곳. 나에겐 제 3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10년 만의 방문, 크리스마스 날 도착하자 마자 휴대폰을 소매치기 당해서 정말 망연자실했었던 곳.

암스테라담은 여전히 distruptive 했다. 미치도록 좋았던 순간도 슬펐던 순간도 여기에서 경험하며 감정 기복이 크게 왔던 도시. 묶었던 아파트와 학교 등 그간 그리웠던 공간들이 달라지고 IAMSTERDAM도 철거되는 등 10년 전과는 다른 느낌이기에 조금은 낯설기도 하였지만, 암스테르담인 그 자체로 좋았던 여정.

 

[바로셀로나]

바로셀로나는 예술과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나름 여기서는 시장이나 식당에서 잘 챙겨 먹으며 미식도 즐겼었다. 도시 구획정리가 잘 되어 있어 그냥 평온하게 도보로 마음껏 거닐며 도시를 구경하다 보니 파밀리에 성당이나 구엘공원 같은 곳도 가지 못했다. 가우디 건물, 고딕지구 등도 너무 좋았고 가장 좋았던 건 바로셀로나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달렸던 러닝이었다.

 

[로마]

2주가 넘어가며 좀 지쳤었는데 로마는 정말 엄청났다. 10년 전에 느꼈던 임팩트보다 훨씬 컸으며 이번 여행 통틀어 로마가 가장 좋았었다. 읽었던 책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텍스트들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며 그 속에서 인생의 덧없음과 그럼 과연 난 어떻해야 하나란 질문에 생각해볼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우연히 들린 젤라또와 피자집은 단골이 되어버려 거의 매일 가버렸다. 세상에 아이스크림과 피자가 이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았다. 그리고 로마에서의 두 번의 러닝 다 너무 좋았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2000년의 거대 문명과 함께 대화하며 달린다는 느낌이 들었던 러닝.

 


 

# 8. ACCIDENT

 

17일의 여정에 즐거운 일만 가득하면 좋으련만, 세상에 이렇게 사고들이 여러 번 발생할 수 있나 놀라면서도 너무 상심한 나머지 나 자신에 대해서도 책망까지 했던 사건들.

 

[사건 1] EPL티켓 사기

런던에서 빅이벤트로 25만원이란 거금을 들여 토트넘 vs 첼스 경기를 예매하였다. 손흥민도 나오고 다음 시즌 챔스리그 출전권을 가늠할 중요한 매치였다. 티켓중개 사이트 내 거래상이 하나의 티켓을 여러 명에게 판매하는 일이 생겨 내가 들어간 좌석에 또 다른 사람이 있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시큐리티를 찾았는데 그 순간 바로 경기장 밖으로 내쫓겼다. 경기 시작 5분 전이었다. 21세기 콜로세움이라는 핫스퍼의 새 경기장의 위엄만 맛 보며 허탈했던 순간.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며 추후 업체에게 티켓비용은 환불 받았지만, 시간과 기회를 뺏겨버린 아쉬웠던 순간.

 

[사건 2] 휴대폰 소매치기

즐거웠던 런던의 여정을 마무리 하고 꿈에 그리던 암스테르담으로 왔다. 크리스마스 날이다. 스키폴 공항에 들어서 그리던 알버트하인의 스트립와플을 사서 한 입에 물고 암스테르담 행 기차를 탔다. 30분 뒤 가치는 중앙역에 도착했고 플랫폼에 서서 드디어 왔구나 도착하며 감탄하는 순간 주머니에서 뭔가 잡아채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이 붐벼서 그렇겠지 하고 짐을 챙기는데 휴대폰이 사라졌다. 너무나 당황하고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경찰을 찾아갔다. 불친절한 경찰들 사이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CCTV를 요청하는데 도난을 당했다는 내 말에 신빙성이 없다며 분실 신고서 한 장 주며 바쁘니 가라고 한다. 문득 10년 전 너무나 싫었던 게르만의 융통성 부족한 대처에 대한 안 좋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휴대폰 자체도 문제지만 그 간의 사진들과 영상 그리고 연락처들이 다 날라갔다. 겨우 숙소까지 와서 마음을 달래다 그래도 여행은 계속 해야 하기에 현지에서 새로운 휴대폰을 장만하여 여행을 이어갔다. 솔직히 슬프고 짜증이 났다. 소매치기가 빈번할 걸 알기에 조심하려 노력하였는데 그 순간 부주의해 호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어놓았던 마침 그 때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다. 짧은 순간 책망도 하고 자책도 하였는데 문득 그럴수록 나만 손해란 생각이 들었다. 보란 듯이 더 재미나게 여행을 다니자며 다짐했고, 결국 다행히 재밌게 암스테르담에서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으로 휴대폰은 보험을 들어 놓았기에 들어오자 마자 신규 폰으로 보상을 받게 되었다.

 

[사건 3] 지갑 소매치기

바로셀로나에서의 즐거운 여정을 마치고 로마로 가는 공항에서였다. 새로 산 휴대폰은 안 쪽 주머니에 넣어두고 지갑은 가방 속에 넣어 두었다.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공항에 도착했는데 매고 있던 백팩들이 다 열려 있었고 지갑이 없었다.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니 슬프다기 보다 황당해 잠시 주저하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려 했다. 분실물 센터에 신고도 해놓고 혹시 소매치기가 아니라 흘린 건 아닌지 지하철역 쪽으로 되돌아 가보기도 하였다. 들어있던 현금 30만원도 문제고 동생이 형을 위해 선물해 준 구찌 지갑도 아까웠지만, 당장 현지 쓸 수 있는 돈이 없었다. 다행히 급하게 집에 두지 않고 가져왔던 모임의 체크카드가 있어 급하게 100만원 정도 인출 해 남은 일정들을 마무리 하게 되었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이스트팩 가방의 지퍼를 두 곳이나 열었는데 내가 인지를 못 했다는 사실이.

 

[사건 4] 비행기 놓침

그렇게 지갑을 잃어버린 슬픔은 뒤로하고 로마로 가야했다. 출입국 검사를 마치고 게이트로 걸어가는데 왠 걸 비행기에 들어갈 수 없단다. 이륙시간 전 20분 전에 탑승하지 않으면 탑승이 불가하다는 데 그걸 몰랐던 것이다. 다투고 논쟁할 힘도 없어 그냥 공항으로 돌아 나와 새로 비행기 티켓을 끊어 로마로 향하게 되었다. 짜증나는 일들이 계속 겹치니 기분이 좋을 수가 없을텐데 어쩌겠는가? 그저 스트립와플 한 입에 작은 쾌감이라도 느끼자 다독였던 그 때가 문득 생각난다.

슬플 땐 그저 스트립와플 한 입

 

[사건 5] 길거리 강도

그렇게 도착한 로마에서의 첫 날. 오늘은 그냥 여행이고 뭐고 그냥 차분하게 도시나 거닐자라는 마음에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콜로세움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조금 으슥한 곳에 진입하게 되었는데 물건을 팔던 흑인이 와서 판매를 강요한다. 정중하게 거절하며 길을 가는데 계속 따라와서 오지 말라고 했더니 그대로 내 안경을 벗겨버린다.

눈이 상당히 나빠 안경을 벗으면 하나도 안 보이는데, 시야가 보이지 않는 것에 당황도 했지만 이 흑인이 내 안경을 부수거나 가져가버리면 로마의 여행이 망쳐버리기에 차분히 응대했다. 돈을 달라는 요구에 그만 화가 나 칼에 맞을 각오를 하고 고함을 치고 덤벼들었더니 놀라서 안경을 두고 도망가버린다. 앞 선 사건들 때문에 나도 잔뜩 독이 올랐고 이판사판이란 생각으로 덤벼 다행히 물리쳤지만 찝찝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계속 길거리의 흑인들을 조심하며 로마 여행을 다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왜 이렇게 안 좋은 일들이 연속으로 펼쳐졌는지 란 의문이 가득한 사건들이다. 매일매일의 여정들이 너무나 감사하고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다행히 이런 어마한 사건들이 큰 상처없이 지나갔지만 사건 하나하나 만으로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일들이다. 동양인 혼자서 여행 다닌 리스크가 있다 하더라도 너무나 많은 일들이 발생했다.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가는 자정. 제너레이터 호스텔의 옥상에서 로마 전역에서 터지는 폭죽들을 보며 눈물이 났다. 2020년을 바라고 기대하는 환희의 그것이 아니었다. “아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2019년이 지나가는 구나….” 라고 말이다.

 


 

# 9. 기록을 위한 기억의 비평

 

책은 도끼다 라는 말처럼, 둥둥둥하며 17일 동안 내 머리는 계속 도끼로 찍는 자극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엄청난 깨달음과 영감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며 놀라운 17일을 보내게 된 너무나 감사한 시간이었다. 돌아온 지 20여일이 지난 지금은 그저 꿈만 같고 사진으로 봐도 내가 거기에 존재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저 그 여정에 대해 기록하고 싶어 글을 남기게 되었다. 5년 후, 10년후에 오늘 쓴 글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지 많이 궁금하기에 그래서 글을 써 보게 되었다.

 

끝.

 

글쓴이

James Jang

파란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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