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시험 도전기 [20200119]

 

# 계속되는 밀린 숙제

작년 여름/가을 에 시험 준비를 하고 10월 말 시험을 본 후 12월초에 합격공고가 나는 여정이었는데 이 또한 게으름을 부리다 포스팅이 늦게 되었다. 1차시험만 봤는데 아쉽게(?) 불합격하여 그 당시에는 상심도 좀 있었는데 아무튼 다시 준비해야 하는 시험이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깨달은 바가 하나 있어 간략히 글을 남긴다.

 

# 왜 나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였는가?

하우올리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은 뒤 개발 뿐만 아니라 시공, PM, 임대관리 그리고 중개의 영역도 조금 스터디 해나갔다. 다행히 그간 프로젝트를 통해 부동산 중개업 쪽 분들과 많이 거래하고 또 식사와 술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도 종종 있어 중개업에 대한 기본적인 동향 파악이나 운영에 대한 이해가 있었는데, 스터디를 해나갈수록 하우올리가 지향하는 소형주택 전문 종합부동산회사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자체 중개법인을 가지고 진행하는 것이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와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1) B2C 마케팅에 대한 의문

임대/분양 목적의 부동산 거래에서 소비자인 임차인/수분양자들의 경우 해당 소비를 하는 주기(cycle)가 굉장히 긴 편이다. 임대는 보통 2년에 한번씩, 분양은 어쩌면 평생 한번에  거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비자의 구매주기가 길다는 것은  이전 사업을 할 때도 고민되었던 부분이었다. 중국인들이 한국여행을 자주 오지 않고 평소에는 정보에 대한 서치를 하지 않다가 여행 3개월 전부터 탐색을 하니 말이다.

보통 이렇게 되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두가지이다. 1) 규모를 엄청 키워서 그 주기가 짧더라도 소비자들이 그 소비주기가 되었을 때 대규모 광고를 통해 해당 구매채널을 미리 인지하거나 검색을 통해 인지하게 한다던지 (ex. 익스피디아, 스카이스캐너 등) 혹은 자체 B2C채널에 대한 노력보다는 이미 소비자들의 구매여정 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B2B채널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다. (ex. 아고다 내 호텔들, 마이리얼트립 내 가이드들)

주거/공간 관련 많은 회사들이 SNS와 자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세련된 브랜딩과 B2C거래를 지향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추후 회사가 단단해지고 규모화가 되었을 때 필요한 전략이라 생각하였다. 장기적으론 올바른 방향이지만, 투자유치를 통한 성장 뿐 아니라 그 여정에서 자체 수익이 나는 재무구조를 통해 자생해 나가는 사업모델로 하우올리를 지향하는 이상 이러한 방법은 초중기에는 고려될 수 없다고 보았다.

 

2) B2B 채널의 한계

그래서 세일즈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B2B 채널이다. 말이 거창해서 그렇지 그냥 지역의 공인중개사 분들께 방을 내어 놓고 방이 임대 나가기 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거기서 더 효과적인 방법은 소비자들의 주 탐색채널이 된 직방, 다방, 네이버 부동산 등과 같은 채널 내에서 활발히 활동 하고 있는 공인중개사들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우리 상품들을 소개하고 자주 업데이트 전화드리며 나아가 중개수수료를 많이 드리는 것이다.

현 상태에서는 단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데, 이 부분의 아쉬운 점은 우리의 상품들이 중개사 분들을 통해 상품에 대한 철학과 고민에 대한 소개 없이 그저 one of them으로 무작위로 소개될 뿐인 점이다. 게다가 경험 상 그 소개의 우선순위에 상품성도 중요하겠지만 중개수수료를 높게 책정하는 것이 그 어떤 인센티브 수단보다 효과적이란 것도 아쉬웠다. 이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강한 브랜드를 형성해 나가고 그에 따른 마케팅과 유통채널을 설계한다고 하면 고객의 특성들을 잘 알고 스스로의 상품을 잘 판매할 수 있는 유통채널을 가지고 나가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B2B를 계속 병행할 지라도 궁극적으론 자체개발물량의 직접유통 채널을 함께 해야 하우올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3) 밸류체인 통합에 통한 안정적인 수익창출

중개를 통한 매출은 통행세(?)와 유사한 성격이 있다 소비자의 구매여정에서 필수불가결하게 발생되는 비용으로 그 밸류체인의 앞뒤에 자리한 회사들은 소비자 접점이 있기에 보다 수월하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혹자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뭐가 다르냐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배달의 민족과 야놀자, 스타일쉐어 등 많은 스타트업과 중견기업들 또한 그렇게 시장을 장악해 나갈 만큼 당연하면서도 검증된 사업확장 방식이다.

하우올리의 자체개발 건이든 외부고객의 위탁 건이든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건물이라는 자산을 직간접으로 보유하게 된다. 중개업 관점에서 보면 자체 매물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중개업을 해나가는데 매우 유용한 강점이다. 고객들에게 소개할 매물확보가 쉽지 않는데 팔 물건을 독점적으로 보유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이러한 강점은 단기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수명주기가 끝날 때까지 지속되는 편이고 단순 임대 뿐 아니라 건물의 매매 나아가 리모델링의 기회로도 이어져나간다.

 

4) 공인중개사 라이센스의 특수성

공인중개사는 변호사, 세무사, 건축사, 의사, 약사 등과 같이 라이센스업이다. 그 라이선스를 취득한 사람만이 중개사무소나 중개법인을 차려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라이선스를 취득한 공인중개사만이 공인중개업을 할 수 있냐라고 봤을 때 꼭 그런 건 아니다.

현장에서 보면 사업자 개설은 공인중개업 면허를 취득한 공인중개사 만이 할 수 있지만 직원인 중개보조원들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대부분 없다. 그리고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공인중개사들을 채용하여 일명 면허를 건 바지사장으로 앉혀 놓고 사업을 하는 경우도 꽤 많았다. (사무장병원 같은 형태와 유사)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중개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수익을 얻는 것은 세일즈 능력이 뛰어난 중개보조원들이나 사업역량이 뛰어난 공인중개사를 바지사장으로 둔 사업가들이 운영하는 부동산들이었다.

시장이 어쩌다 왜곡되었는진 모르겠지만 그간 내가 목도한 엄연한 현실이다. 대한민국에서 수능 응시자 다음으로 많은 것이 공인중개사 시험응시자이고, 편의점만큼 많은 것이 공인중개사무소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공인중개사는 치킨집과 함께 퇴직 후 밥벌이를 할 수 있는 희망으로 떠오르며 매년 엄청난 수의 개업자가 발생하지만 그 수를 뛰어넘는 폐업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중개업 시장에서의 위너는 베이비붐 세대들 보다는 온라인마케팅에 능하고 세일즈에 적극적인 젊고 유능한 보조원들과 사무장들이다. 소비자의 온라인 의존도가 심해지고 소비자의 연령이 젊어짐에 따라 이들은 더욱 많은 수익을 가져 가고 있었다.

 

 

# 임대관리를 위한 커맨드센터

 

서론이 꽤 길었졌던 건 종합부동산 회사로서 중개업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냐? 에 대한 생각 정리도 필요했기 때문이지만, 서론의 길이와 이유의 개수만큼 개인적으로 정녕 공인중개사 시험을 내가 준비해야 하나 너무 고민스러웠기 때문이다. 시험을 위한 공부를 정말 싫어하고 또 공부해 나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게 된 건 공인중개사가 임대관리 사업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임대관리 사업은 종합부동산회사에 있어 핵심영역이기 때문이다.

 

1) 한국식 기업형 임대주택

한국에 기업형 임대주택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건 2010년 쯤일 듯하다. 10년 전의 분위기는 직접 체험해 보지 못했지만 관련 회사들이 출범하고, 각종 보고서, 논문, 기사 등이 이 때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시대적 배경을 보면 (지금보다 훨씬 더) 부동산이 급등해 나가던 중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를 통해 한국에도 금융위기가 찾아와 부동산 경기가 주춤하게 되었고, 옆나라 일본의 경우는 90년 대 이후 20년 간 지속된 부동산 거품 하락 이후 산업이 종합부동산회사 위주로 재편되고 또 그러한 회사들이 빠르게 성장해 나가며 산업의 메인스트림이 되면서 한국 부동산 시장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찾아왔다고 다들 인식하였다.

인구구조적 부분 (노령화, 수도권 집중화 현상, 1인가구 증가)과 산업의 성숙도 측면 (택지부족, 수요의 부족현상 해결), 정부정책 (노무현정부의 부동산 규제 등) 등을 보았을 때 2010년 이후 한국의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지만,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부동산을 경기부양의 우선 정책으로 채택하게 되고 그동안 억눌렸던 시장이 다시 활황세를 보임에 따라 한국 부동산 시장은 다시 임대보다 분양과 매매차익의 관점으로 전향되었다. 다들 분양권, 재개발, 갭투자, 택지개발 등과 같은 운영과 임대보다 매각차익이 훨씬 큰 시장에서 큰 파이들을 쫓아 다니느라 기업형 임대주택에 대한 논의와 성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아쉽게도 그 10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회사는 거의 없는 듯 하다.

 

2) 한국식 기업형 임대주택

2년 간 파란건설을 통해 부동산업을 접하면서 10년 전 사람들이 맞다고 판단한 시장의 타이밍이 어쩌면 2020년 이후에 다시 시작될 수 있겠다란 느낌이 들었다. 부동산업이란 바다와 같이 그 조수간만의 속도가 매우 천천히 오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예상했던 시점보다 딱 10년 후인 지금이 오히려 적기가 아닌가 보았는데 재미난건 2017년 블록체인 광풍과 살짝 비슷한 느낌도 들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임대관리에 대해도 스터디를 하며 자연스레 기업형 임대주택, 임대관리 등과 관련해 20년 전부터 산업화를 진행해 온 일본의 케이스를 많이 접하게 되었고 우리의 언론에서도 종종 나오는 미츠이 부동산, 레오팔레스, 다이토겐타쿠 등과 같은 회사들의 사례들도 들여다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얻은 시사점들이 아래와 같다.

 

# 1.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매우 걸리고 업 자체가 굉장히 힘들다.

: 임대관리는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운영이기에 생각보다 어렵고 확장이 더딘 편이다.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물량을 쌓아나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이 때까지 버티는 것이 쉽지만은 않고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 2. 시스템과 물량을 갖추고 나면 점점 파워풀한 진입장벽을 형성한다.

: 오프라인에서 축적된 자산은 생각보다 높은 진입장벽을 형성한다. 지나한 노력과 시간이라는 단단한 벽을 구축하기 때문이다. 힘든 시간을 버티고 거치고 나면 남들이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는 우리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경쟁우위로 자리잡을 수 있다.

# 3. 임대관리는 거둘 뿐 결국 Pm/시공이 주 수익원이다.

: 관리하는 호수를 기준으로 하여 일본의 기업형임대주택 상위권 회사들을 보면 임대관리만을 하는 회사는 전혀 없었다. 대부분 시공을 기반으로 하여 성장한 회사들이고 중개법인을 기반으로 임대관리로 확장한 회사도 한 곳 있었다. (에이블 / www.able.co.jp) 그만큼 임대관리만으로는 성장하기 힘들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증명된 듯한데, 일본 내 소형주택 종합부동산업체 1위인 다이토겐타쿠의 재무제표를 보면 조금 그 내막을 알 수가 있게 된다. 총 매출액 비중 중 임대관리사업과 시공사업이 50% / 50%로 비슷해 보이지만 임대관리사업의 영업이익율은 -2% 정도이고, 시공사업은 13% 정도였다.

: 즉, 임대관리사업만으로는 수익을 거두기 힘들지만, 임대관리 사업이란 탄탄한 기본이 바탕이 되면 시공/PM 쪽에서의 매출을 유인하고 영업이익을 늘릴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종합부동산회사로 나아가기 위해 임대관리사업을 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본질인 것이다.

 

3) 한국 임대관리 회사의 현황

그렇다면 현재 한국에 존재하는 임대관리 회사들의 현황은 어떨까? 문득 궁금하여 찾아보고 또 미팅을 가져보기도 하였는데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 지고 현황은 아래와 같았다.

 

a. 일본계 임대관리회사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넘어가는데 아쉽게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철수까지 고려하는 상황인 듯 하였다. 한국의 임대관리시장 성숙도에 비해 너무 고도화된 시스템을 마련하며 다소 비싼 임대관리비용을 책정하게 되었고, 서울 전 지역을 커버 하려다 보니 1회방문 시 많은 리소스 소요 등으로 인해 오퍼레이션 효율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 “한국선 안되네”…日 임대관리업체 고전

https://signalm.sedaily.com/NewsView/1VLN2TPTP3/GX03

 

b. 공인중개사 협업 임대관리회사

지역의 거점인 공인중개사들과 프랜차이즈 형태로 협업하는 형태로 회원점이 된 공인중개사 업체들에게 연회비를 받고 임대관리 운영 노하우와 본사로 접수되는 임대인들을 소개해 주는 방식이다. 현실적으로 임대인들이 임대관리 위탁을 맡기기 싫어하는 상황에서 연회비 이상의 매출을 거두기 힘들고, 실질적인 임대관리 운영노하우 전달도 부족해 많은 회원점들이 이탈하며 운영이 쉽지 않은것으로 업계 내부인들에게 들었다.

 

c. 강남기반 임대관리회사

1000-2000개 정도의 bed를 임대관리하며 비교적 탄탄한 체계를 갖춘 회사들이었다. 강남 오피스텔의 경우 학원가를 기반으로 한 단기 임대가 활성화 되어있고, 유흥업 종사자들 대상으로 월세 징수가 힘든 편이기에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는 강점을 지닌 업체들로 꽤 오랜 시간 운영해 오며 탄탄한 기반을 다졌다. 임대료가 비싼 강남이기에 높은 임대수수료를 책정할 수 있어 수익을 거두어 나가지만, 그래서 강남 이외 지역으로의 확장이 어려운 한계점도 있어 보였다.

 

4) 임대관리 사업을 위한 전초기지로의 공인중개사

    • 한국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은 전방산업 집중에서 후방산업과 함께해 가는 전방산업으로 전환하게 되었고,
    • 산업의 밸류체인을 통합하는 종합부동산회사가 경쟁우위를 지니게 되었다.
    • 종합부동산 회사의 근간은 시공과 임대관리 사업이며
    • 임대관리사업은 지역기반으로 오랜 시간 가꾸고 운영되며 버텨나가야 한다.
    • 그리고 그 임대관리 사업이 자생하고 성장해나가기 위한 거점이 공인중개사이다.

 

이러한 생각의 흐름 속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기에 이르게 되었다. 공인중개사 도전기를 빙자한 한국 주거 부동산산업의 고찰이 아닐까 싶다 🙂

 

 

# 합격을 위한 노오력

 

하루 2시간 씩 공부를 해나가려 하며 여름부터 진행하다 중간에 잠시 쉰적도 있었는데 암튼 총 다 합해서 인강 2회독 + 이론서 1회독 + 기출문제 2회독 의 사이클로 목표를 세웠는데 결국 인강 1회독/이론서 0.5회독/기출문제0.5회독 정도 보고 시험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인강의 경우는 에듀윌, 박문각 등의 사이트 등이 워낙 잘 되어있고 유명하였지만, 어떻게든 수강을 하게 하려는 마케팅적인 상술도 보여 그냥 무료 인강을 듣게 되었다. 결국 공부는 자기가 하는 것 아닌가.

 

▶ 대한민국 no.1 공인중개사 무료인강 까페 <공인모>

https://cafe.naver.com/jscoke2.cafe?iframe_url=%2FMyCafeIntro.nhn%3Fclubid%3D25795845

 

공부를 게을리 했다지만 그래도 시간 투자를 안 한 건 아니다. 집, 신촌 스터디까페, 서울도서관, 정독도서관, 노량진 잇츠리얼타임 등 시간이 가능할 때마다 짬짬히 공부를 해나갔는데 그 사진들이 휴대폰 분실로 없어져 버린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마지막 1주의 경우는 풀타임으로 공부를 해보려 노력하였고, 시험 전달은 결국 공부량을 다 끝내지 못해 밤을 새고 시험을 보게 되었다.

나름은 꾹 참으며 적지 않은 시간을 책상 앞에서 공부했다는 생각도 있지만 사실 집중을 대단히 열심히 했던 건 아니다. 인강을 보며 홈트를 한다던지 (그 덕분에 한 때 배에 왕자가 생기기도 했음) 평균 10분 공부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져 다른 업무를 봐 나가는 등 공부가 힘들다, 공부하는 지식이 쓸모없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나는 공부랑 안 맞다 등 갖은 핑계로 집중과 몰입을 하지 못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시험날 까지 오게 되었다.

공인중개사 시험이라는게 어르신들은 1년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빨리 붙어도 4개월 풀타임으로 해야 된다는데 길게는 2개월, 짧게는 1개월의 시간을 준비한 뒤, 그래도 난 공부는 안 해도 시험운은 좀 좋으니까 라는 거대한 망상과 함께 시험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 불합격 그리고 상심

 

이번 공인중개사 시험은 유독 어려운 편이었다고 한다. 시험 볼 때도 모르는 유형이나 지식들을 묻는 것들이 많았고 특히 민법의 경우는 정말 2/3 이상을 찍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아는 문제가 거의 없었다. (이번 계기로 정말 법은 나랑 안 맞구나 생각을 하면서 법조인들의 지적수준을 정말 존경하게 되었다.)

시험 칠 때도 예상 했었고, 가채점 때도 탈락을 확인하였고 1달 뒤 정식결과 발표에서도 결국 불합격 통보를 받고 말았다.

 

 

총 80개의 문제 중 2문제 차로 정말 아쉽게 탈락을 했는데, 사실 결과를 통보받고 아쉬운 마음 보다는 “와 그렇게 많이 찍었는데 점수가 이렇게 잘 나왔단 말이야?”라는 놀라움이 먼저 들었었다. 그리고 마지막 1주일을 나아가 시험 전날 하루를, 시험 전날 밤을 조금만 더 집중하고 충실하였으면 결과가 어땠을까라는 반성이 들었다.

물론 그러한 마음이 들면서도 적지 않은 시간을 소요한 시험에 대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상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공부를 충분한 기간에 제대로 했냐라는 스스로의 부족을 인정하지만 어쨌든 아쉬운 놀부심보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그 후폭풍에 대처하는 아저씨의 자세

 

나름 성숙해진 30대라면 이러한 시련(?)과 상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현명할까란 생각이 들 무렵, 문득 여름 날에 읽은 책 하나가 생각났다.

 

▶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http://www.yes24.com/Product/Goods/79632048?Acode=101

 

▶ 부제 : 인내하며 한 발 한 발 내딛는 삶에 대하여

https://www.instagram.com/p/B4Wp3J4hRfw/

 

달리기에 관한 책이었지만 그것을 자신의 과거와 그 소회, 그리고 다짐 등으로 풀어낸 이 책은 글 자체를 잘 쓰기도 했거니와 내가 더욱 달리기를 좋아하고 나 또한 달리기를 통해 더 많은 영감을 얻게 해준게 된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읽을 당시 좋아 메모해 놓았던 책 구절이 이번 시험의 불합격에 따른 상심의 찰날에 문득 떠오른 것이다.

 

나는 설령 실패하더라도 시도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 타입이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우거나 경험할 수 없으며 아무것도 바꾸거나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완주하지 못해도 괜찮다. 어떤 상황에서 완주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 또한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그래야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를 받아들일 때 후회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프로마라토너들의 성적이 나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참는능력’이라고 한다. 실력만 보면 1등과 4등의 차이는 거의 없다. 다만 메달권에 들지 못하는 선수들은 뛰는 동안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한다. 즐거웠던 순간이나 경기가 끝난 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을 떠올리는 식이다. 그러면 순간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사이 자신도 모르게 달리는 속도가 조금씩 느려져 결국 순위권 밖에 밀려나게 된다. 매 순간 힘든 것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온몸으로 고통을 매 순간 느끼면서도 묵묵히 참는 것이다. 그러한 인내가 그 사람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해주는 것이다. (중략) 고통과 피로, 아픔과 스트레스르 피하는 것이 아니라 견디고 맞선다는 그의 말에 내가 생각하는 달리기의 본질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된다.

 

다음 마라톤을 도전할 때는 이전 경기를 잊어야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by프랭크 쇼터 (92년 뮌헨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이번 시험준비 과정을 통해 내가 간과한 것일수도 있는데 어쩌면 대학교 입학 후 여러 도전과 시도 속에서 내가 부족했던 부분이란 생각에 머리가 멍해졌다.

바로 좋아하고 이루고 싶은 일을 하는 과정을 기쁨을 알고 그를 추구해 나가면서도 분명히 좋아하는 일들만을 할 수가 없을텐데, 그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 과정을 난 다소 의미없고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하는 마음에 집중력도 덜 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러한 순간을 참는 능력이야 말로 진정한 승자와 패자를 구분 짓는 다는 걸 이번 기회에 깨닫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이야 누구든 재미있어 하고 잘할 수 있는데, 그 중 고되고 단조로운 일 조차 참고 심지어 즐겨나가야만 진정한 성취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너가 노력을 해나가고도 원하는 성취를 이뤄나가지 못하는 게 어쩌면 이 참는 능력을 간과하고 부족해서 그렇지 않나란 깊은 반성을 하게 된 것이다.

 

 

# 왜 나는 이 글을 쓰게 되었는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지난 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 시험에 대한 소회를 정리하고 싶기도 하였고, 또 그 과정에서의 느낀 바도 많아 한번 기록해 두고 싶었는데 무엇보다도 다시 또 올해 시험을 준비해 나가기 때문이다.

하우올리씨앤디의 시공사를 위해서 건축공사업 면허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회사 내 일정 수 이상의 건축기사 자격증을 보유한 인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3월 필기, 6월 실기 일정의 건축기사 자격증 시험을 1월부터 매일 아침 1시간씩 공부해 나가는데 참 벌써부터 공부는 여전히 하기 싫어 다시 또 걱정이다. 이렇게 글을 통해 다시 다짐하게 되었으니 부디 참아나가며 봄날 좋은 결실을 이루기 바란다.

이 글 쓸 시간에 건축기사 수업 하나 더 들었으면 좋았을 걸, 그래서 난 여전히 재수인생인가 싶기도 하다…. 🙁

글쓴이

James Jang

파란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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