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JY Eun
주거공간의 BI를 만들고 공간 브랜딩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 건 2018년의 여름이었다. 벌써 1년이 지난 이야기. 그 당시 출원했던 상표권이 등록까지 완료되어 이제 함께 나누며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gazzi studio의 JY와 SJ와 함께한 hauoli 브랜드 스토리. 프로젝트명 “파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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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udio gazzi | 파란건설 |
파란건설의 두번째 프로젝트. ‘화곡동 다중주택’ 개발 건으로 studio gazzi와 인연이 되어 작업을 시작하였다.
studio gazzi는 건축 | 인테리어 | 가구 | 그래픽 을 작업하는 디자이너들의 스튜디오다. instagram.com/studio_gazzi/
파란건설과 함께하는 작업은 다중주택의 건축 자재들을 선정하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프로젝트였다. gazzi는 파란건설의 브랜드를 공간과 시각적으로 표현해 주는 업무를 맡았다.
파란건설의 제임스는 원룸을 비롯한 다중, 다세대 주택 등의 소형 주거공간들을 만드는 좋은 집장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나아가고자 하였고, gazzi는 이러한 제임스의 생각에 공감하며 그렇다면 과연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어떠한 가치로 더 나은 공간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와 같은 고민들을 함께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 하우올리 | hauoli |
브랜드 이름의 선택과정. 흔히들 원룸으로 아는 다중주택의 주 수요층은 대학생이거나 결혼 전의 사회 초년생들이 많은 편이다. 우리는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회의 새내기들을 위한 공간을 떠올리며, 이름을 선정하는 작업부터 먼저 진행하였다.
제임스에게 전화를 한번쯤 걸어본 사람이라면 컬러링을 들어보며 놀라고 또 재미났을 것이다. (사실 난 좀 황당하였다;;) 아무리 파란건설이라고 하지만 어릴 적 우리가 즐겨듣던 바로 그 동요 ‘파란나라’를 배경음으로 해놓을 줄이야 제임스…… 🙂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 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 나라
파란 나라를 보았니 맑은 강물이 흐르는
파란 나라를 보았니 울타리가 없는 나라
OMG
꿈과 사랑이 가득하고 심지어 천사들이 살고 있다는 파란나라. 이런 파란나라와 같은 좋은 주거공간이란 무엇일까? 맑은 강물과 울타리가 없는 그곳처럼 우리는 무엇을 제공하고 싶은가, 또 제공할 수 있을까? 서촌의 여러 저녁들을 함께 보내며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를 나눠나갔다.
파란건설이 지향하는 방향성은 20년을 바라보는 좋은 건물이었다. 그리고 나아가 좋은 건물 안에서의 좋은 주거 문화, 임대인과 임차인의 좋은 관계까지. gazzi와 제임스는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았고 그렇게 나온 우리의 생각은 바로 ‘행복’ 이었다.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단어일수도 있지만, 집은 일상을 살아가고 또 준비하기 위한 가장 원초적인 공간으로서 우리는 이 곳에서의 생활과 휴식을 통해 행복을 추구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가치 속에 우리는 주거 서비스로의 브랜드 명이 보다 따뜻하고 밝은 이름이었으면 하였고 브레인스토밍을 통한 수십여 후보군 중 속에 “hauoli“를 선택하였다.
‘Hawaiian name meaning cozy happiness’
하우올리는 ‘아늑한 행복’이라는 뜻을 가진 하와이 원주민 언어이다.
제임스와 gazzi는 하우올리라는 이름이 부드럽고 따뜻한 첫 주거의 경험과 잘 어울린다 보았고, 브랜드의 확장성을 원룸/ 투룸/ 빌라/ 빌라단지 등으로 고려했을 때에도 적합한 브랜드명 이라 생각 하였다.
이렇게 브랜드명을 정하고 우리는 ‘하우올리’ 브랜드의 밝고 행복함을 전달하기 위해 ‘타이포 로고’와 ‘브랜드공간의 이미지’를 ‘컬러’로 풀어 보았다.
| hauoil logo | 하우올리 로고 |
브랜드 작업을 진행할 때 사람들은 그래픽만 보고 건물과의 조화를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gazzi는 다년간 여러 공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그래픽과 공간 디자인의 부조화에 아쉬움을 종종 느껴왔기에 하우올리 브랜드의 경우 건물과 조화롭게 보일 수 있는 로고를 제안하였다.
‘hauoli’ 브랜드의 밝고 친근한 느낌에 율동감 그리고 가장 사적인 ‘나만의 공간과의 인사’를 떠올리며 [하우올리] [hauoli] 네이밍과 로고를 제작했다. 간결하고도 편안한 공간으로 들어온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글자의 본연의 소리의 리듬감과 폰트에서의 율동감을 활용하였다.
브랜드의 이미지에 로고가 심볼로 인식되기 보다 “언어로써의 힘”을 전달하고 싶었다. 따라서 gazzi는 [하우올리] [hauoli] 텍스트로 전달될 여지가 많은 딱딱하고 경직된 대문자의 로고를 지양하고, 소문자로 로고를 제작함으로써 “hi, hello, 안녕” 과 같은 친근하고 따사로운 인사처럼 [hauoli] 브랜드의 첫 이미지를 전달 하고자 하였다.

| hauoli color | 하우올리 컬러 |
브랜드 컬러들의 조합들은 다중주택, 다가구, 다세대, 빌라, 빌라단지 공간의 확장성과 다양성을 표현해 나가자는 방향성 속에 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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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은그린 + 오렌지
작은 다중주택의 원룸, 투룸의 사회의 첫 집들을 위한 밝고 상큼한 느낌을 전달
- 짙은그린 +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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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운 + 옐로우그린 | 짙은그린 + 옐로우그린
빌라와 빌라 단지 아파트등 가족단위의 주거를 위한 단정하고 따뜻한 느낌의 컬러 조합
- 브라운 + 옐로우그린 | 짙은그린 + 옐로우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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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렌지ㅣ브라운ㅣ옐로우그린 + 베이스컬리인 라이트그레이
다양한 주거크기의 분위기를 컬러로 표현하며 베이스로 라이트그레이를 통해 안정감을 추구
- 오렌지ㅣ브라운ㅣ옐로우그린 + 베이스컬리인 라이트그레이
| hauoli space | 하우올리 공간 |
gazzi는 2014년 여름부터 서촌의 100년된 낡고 작은 한옥을 수리하며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오래된 동네의 작은 한 곳을 점유(?)하며 스튜디오를 운영하다 보면, 동네 주민들께 건물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짐을 옮기는걸 도와주시러 가찌에 오신 어르신께 이 한옥에서 셋 방 살이 하며 첫째 딸을 키우던 회상을 하시며 어르신이 살았던 그 때의 추억 들은 적이 있다. 어르신의 기억 속 이 곳은 햇볕이 잘 드는 작은 마당이 있던 테이블 하나 두면 꽉 차는 특별할 것 없는 작은 한옥 한 칸의 작은 집 이었다. 그 당시 키우던 어린 딸이 이제 50이 되었다고 한다. 아직도 여기 생활의 추억을 오롯이 기억하고 계셨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이 공간의 목조구조와 배치들이 특별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마 공간이란 다양한 삶을 가진 ‘기억의 장소’ 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gazzi의 클라이언트인 제임스는 마무리 공사를 하며 잦은 당부(a.k.a 잔소리)를 하였다. 앞으로 이 건물이 지어지면 최소 20년동안 사용하리라 생각하며 한번 더, 다시 한번 더 꼼꼼한 체크와 마감을 하자고 말이다. 그런 티도 안 날 것 같은 유별난 체크 속에 gazzi는 추운 겨울 쌓이는 눈덩이 치우 듯 마감과 보수를 하나씩 마무리 해 나가며 완성을 하였다. 우리의 노력이 그 누군가의 공간에서 소중한 기억의 장소가 되길 바랬기 때문에.
| 벽돌 | 유리 | 금속 | 자갈 | 석재 | 조명 |
한듯 안한듯. 건축이란 그 건물로서의 독특함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과 주변건물과 context 적으로도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당시에는 이뻐보이던 패턴이나 외장도 시간이 지나면 건물의 연식을 가늠할 수 있는 일시적 유행으로 지나갈 뿐이기에 우리는 외장재 선정에 가장 클래식한 빨간 벽돌을 선택하였다.
벽돌 건물이 유난히 많던 화곡동 골목길에 빨간 벽돌로 마감되어 유별나지 않았던 그 집을 10년 후 본인들 기억 속의 ‘작은 집’ 으로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나의 첫 공간을 생각할 때 하우올리에서의 아늑한 행복을 추억할 수 있길 바란다.

벽돌과 자갈을 밟고 집의 앞마당을 들어오면 동그란 조명등이 내 집 입구를 밝혀준다. 그 집을 들어가는 유리문의 동그란 손잡이를 당겨 들어가면, 무거운 유리문이 묵직하게 닫혔다. 낯설고도 익숙함을 풍기는 복도의 밝은 페인트 컬러와, 오렌지 불빛 아래 선홍빛 페인팅이 된 계단실 난간은 이국적이기도 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저녁, 계단실 끝 높은 천장아래 동그란 조명등 들을 달았던 마지막 층은 마치 특별한 공간의 게이트 같다. 작은 마름모 모양의 405호 숫자가 적힌 아이보리 문을 열면, 하얗고 밝은 장들로 구획된 작은집이 나온다.
얇고 긴 형광등이 따스하게 방을 비추고, 독특하게 가려진 아이보리빛 창문 가리개 틈으로 다른 집들의 불빛이 살짝 보이는 저녁이다. 작은 싱크에 검정 포인트들의 손잡이는 단촐한 살림살이가 꾸려진 큰 소꿉놀이 세트 같아 보이게 한다.
복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아래는 수납장들이 구획 있고, 위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면, 화장실 열린 문틈 사이로 오렌지 핑크빛 정사각형 타일틈 촘촘함이 기억 속에 존재한다.





하우올리화곡의 건물은 튀거나 화려 하지 않은 공간과 재료들의 조합이다. 하우올리의 라이트그레이 색상처럼, 건물 자체는 그저 온전히 이 곳 사람들의 일상을 받쳐주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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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돌 | 동네의 흔한 80-90년대 붉은 벽돌과 어우러지는 2018년 나온 벽돌을 바닥에 깔고, 기본사이즈 벽돌로 외장재 사이즈로 잘라 외벽을 마감하고 온장(완벽한 한장)으로 담벼락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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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 + 금속 | 흔하게 볼수 있는 유리 금속 마감재에 제작 된 손잡이, 창문 가림파, 전등판 등을 활용하여 익숙한 듯 특별한 하우올리의 도형미를 가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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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갈 | 외부의 빗물의 배수를 원활하게 도와주는 트렌치 (물이 빠지는곳) 부분을 커버링하는 역할과 내부와 외부를 구분짓는 재료로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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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재 | 하우올리 화곡을 상징하는 선홍빛 컬러의 석재를 공용공간 바닥돌로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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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일 | 75*75mm 단단한 타일은 하얀색 부엌가구와 핑크빛 타일은 화장실 벽과 바닥에 회색 줄눈으로 마감하여 좁은 공간의 다양한 재미를 보여준 자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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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 | 외부와 공용공간의 구형태의 등을 활용하여 하우올리 공간의 도형미를 반복적으로 강조, 내부에는 얇은 led등을 활용하여 선적인 디자인을 강조하였다


| meaning happy | 행복 |
1인 주거의 시대, 현 시대의 사회 새내기들은 ‘집’ 이라는 단어 대신 ‘다중 주택, 다가구 주택, 빌라’ 또는 그 속의 ‘ 원룸 , 일쩜오룸, 투룸, 쓰리룸’ 이라는 부동산의 언어가 익숙하다. 좋은 집이란 것들을 선택할 여유 없이 방의 크기와 위치, 금액이 중요한 선택의 포인트 이었다.
다들 그렇지 않은가?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오피스텔이 좋은 집이고, 더 여유가 있다면 조금 더 번듯한 집은 아파트를 꿈꾸는 것이 우리이다. (gazzi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행사나 집장사들이 개발하여 공급하는 주택 대부분이 한 공간으로서의 특색을 살릴 기회를 갖지 못했고, 가장 보편적이고 익숙한 재료로 특별할 디테일 없이 만들어 졌었다. 이러한 고민들 보다는 부지를 매입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매커니즘 속에 우리가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팍팍한 선택지 속에 ‘하우올리’ 라는 새로운 항목을 넣어 보고자 시작했던 프로젝트. 파란건설와 제임스와 함께 일하던 지난 6개월은 그런 생각들을 구현시킬 수 있어 그런 면에서 만족도가 높은 프로젝트였다.
시공과 현장의 긴장감 속에, 좋은 뜻과 열정이 함께 만나 진행되었던 파란나라 프로젝트. 파란건설이 작은 주거들을 만드는 좋은 집장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길 희망한다. 제임스가 이유있는 좋은 집장사가 되길 기대한다.
‘파란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