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와의 전쟁 [20190816]

 

# 피할 수 없는 숙명, 하자

 

시공 관련된 수업이나 책들을 보다 보면 꼭 나오는 이야기가 하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무리 우수한 건설사가 시공을 하여도 작은 하자는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건축주와 시공자는 계약 시 여러가지 하자에 관련한 약속들을 하게 된다. 하자이행확약서나, 하자이행보증서, 하자이행보증금 등이 이러한 약속들인데, 계약과 현실은 조금 다른 면도 있다.

건축주 입장에서 하자에 대해 방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안전장치들이 있지만 소형주택 시공에서는 이러한 것들에 대해 꼼꼼한 조항으로 반영하기 힘든 편이고, 실제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하자 인지에 대한 여부 (확연한 하자가 아니라 애매한 부분이면 보수해라고 하기 힘들다) 도 불분명하고 시공사들도 협력업체들에게 계속 오라가라 하기 어렵고 또 귀찮아 한다.

시공사들이 망하는 이유가 결국 하자보수 때문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만큼 시공사 쪽에서도 하자보수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기에 하자보수가 계약서를 잘 쓰고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았다고 쉽게 문제가 해결되는 편은 아니다.

 

 

# 하자의 왕, 누수

 

‘하자보수’ 는 문제풀이와 비슷하여서, 현장확인 – 원인(처)분석 – 가설설정 – 조치 – (문제가 없는지) 확인 – 완료 의 프로세스로 돌아가는데 만약 생각한 가설이 맞지 않는다면 이 사이클을 다시 반복하게 된다.

작은 보수 (전자제품 고장, 전선연결 잘못됨, 바닥 타일이 깨짐 등)의 경우는 원인이 보통 명확하여 해당 협력업체에게 요청하여 정리를 하면 되는데 그 중 심각하게 봐야 할 것은 단열, 결로, 방수(누수) 라는 것이다. 건물의 가장 기본적이고 원시적인 기능인 외부로부터 열과 물의 차단이 안되어 발생하는 하자인 이 세 가지의 경우는 1. 원인처를 찾기 어려울 수 있고, 2. 문제가 발생했을 때 2차 피해 (마루나 도배지가 물에 젖거나, 곰팡이가 생기는 등)가 발생하고, 3. 문제 해결을 위한 공정이 복잡 (단열재 보수를 위해 그 위의 내장, 도배지를 다 뜯어내야 한다.) 하고 비용도 드는 편이다.

그 중 가장 골치가 아픈게 누수이다. 물이라는 투명한 물체가 건물 곳곳의 미세한 틈을 파고 스며들어 쌓이다 방 안에서 발견되는 현상인데 보통 원인은 (보통 비가 내릴 때) 건물 외부나 (건물 내부의 배관이 터졌을 때) 건물 내부이다. 그 원인처를 떠나 둘 다 원인을 발견하기 힘들고 원인파악이 되어서 문제해결에 비용과 시간과 공저이 들어가기에 누수가 하자 중의 왕이라 하는 것이다.

 

비싼 아파트라고 제대로 된 시공을 하는 것은 아니다.

 

20억짜리 아크로리버뷰도 하자 앞에선 별 수 없는 듯.

 

 

# 어서와, 누수는 처음이지?

 

여름이 다가오며 누수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호우특보가 있던 7월의 어느날, 임차인 분께 연락이 왔다. 집 천정에서 물이 샌다는 것이다.

 

현장상황 ⓒ임차인 분

 

임차인의 목소리에서 (대체 어떻게 건물을 지었길래….) 짜증과 (당장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않나) 당혹스러움이 느껴졌는데, 사실 내가 임차인 분의 입장이어도 그랬을 것이기에 최대한 양해를 구하고 문제해결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

 

너무 당황 하셨을건데, 지금 당장 해결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참 아쉽습니다. 비가 그친 뒤 최대한 빨리 업체 방문 일정을 잡아 빠르게 조치해 보도록 할텐데 누수에 대한 보수가 쉽지 않아 여러 번 방문드릴 수도 있고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점 미리 이해 부탁드립니다.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그렇게 며칠 더 비가 내렸고, 빗소리에 깬 나는 왤케 비가 오냐 걱정하며 임차인 분과 상황을 나누고 하였다.

 

 

# 보수 1단계 – 원인진단 (2019.08.03)

 

비가 새는 곳은 창호와 천정 쪽 마감 부분이었다.

 

누수위치 ⓒ임차인 분

 

파란건설의 다른 건물의 시공을 담당하셨던 현장소장님,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는 시공 관련 일을 하는 지인 분이 함께 방문하였는데 현장을 본 두 분의 의견은 조금 엇갈렸다. 한 분은 외벽 쪽 실리콘 마감이 잘 되어 있어 위쪽의 테라스에서 세는 것이라 판단하였고, 다른 분은 그렇게는 알 수 없으니 천정을 까보자고 하였다.

천정을 까보면 물줄기의 흐름 등을 통해 직접적인 원인을 알 수 있겠지만, 원상복구와 또 시간과 비용이 소모가 많이 되는 법. 우선은 누수부분 위층의 테라스에서 물이 세는 것으로 판단을 하고 테라스 부분의 여러 후보지 들에 대해 방수테스트를 진행해 보기로 하였다.

 

 

# 보수 2단계 – 가설설정 (2019.08.08)

 

의심이 되는 후보지는 아래 4군데이다.

 

    1. 테라스 바닥과 지붕징크의 조인트 부분
    2. 에어컨 배관과 벽 사이의 틈
    3. 테라스의 마감선 부분
    4. 테라스 난간을 받치는 돌 분

 

이 중 4 에 대해 유력한 가설로 설정을 하고 되었고, 1~4까지 각 부분에 물을 뿌려보며 누수가 발생하는 지 파악해 보았다. 그렇게 1시간여. 4번 위치에 물을 뿌리니 물이 새었고 다행히 누수 원인에 대해 파악을 할 수 있었다.

 

바닥에 물을 채워 마감틈 사이로 세는 지 확인 중 ⓒ제임스
테라스 받치는 돌 위쪽이 세는 지 확인 중 ⓒ제임스

 

혹시나 외벽 틈 사이인지도 확인 중 ⓒ제임스

 

 

# 보수 3단계 – 문제해결 (2019.08.09)

 

테라스 난간을 받치는 돌이 ‘송판콘크리트’라는 재질인데 이 틈 사이로 물이 새었을 가능성이 높았기에 해당 돌에 발수제를 입히고 주변에 실리콘 마감을 하는 것으로 방수 작업을 하였다. 아직 문제가 완전히 해결 된 것이 아니라 가설에 대해 테스트를 하는 것이기에 이 가설이 맞는 지 우리는 확인하기로 하였다.

 

발수제 발포 1 ⓒSK
발수제 발포 2 ⓒSK
발수제 발포 3 ⓒSK

실리콘코킹 ⓒSK

 

그리고 며칠 뒤 다시 한번 서울에 호우특보가 떨어져 며칠 동안 비가 내렸는데 다행히도 누수가 생기지는 않았고 우리의 가설이 맞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상황이 종료가 되었다.

 

 

# It ain’t over till it’s over

 

부지를 매입할 때만 하더라도, 과연 땅을 살 수 있을까? 허가 때문에 고생을 할 때는 허가만 넘기자. 건물이 지어지면서는 제발 준공만 나라. 임대가 빠르게 안 나갈 때는 제발 임대 몇 세대만 나가자. 이렇게 산넘고 물넘고 오니 또 다른 언덕들이 존재하였다.

부동산 개발로 끝나는게 아니라 이제야 진정한 운영이 시작된 것이고 운영, 즉 임대관리의 4요소 (LM / PM/ FM / AM) 들에 대해 저글링 놀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자산관리의 개념 ⓒ리얼티코리아

 

그 임대관리에 대해 직접적인 경험을 하고 싶어 현재까지는 보유 건물들에 대해 직접 임대관리를 하며 효율화와 표준화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 FM에 대한 첫 대응에 대한 기록.

 

Special thanks to SK

Special thanks to #404

 

글쓴이

James Jang

파란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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