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주환니잉니 济州欢迎你 [20190813]

 

2005년 입대 직전 대학 동기들과 자전거 타고 일주한 제주도 여행. 그 이후 정말 15년 만이다. 남들은 매달 제주도를 가는 사람도 있다는데 난 어찌 이리 오래 동안 안 왔는지 모르겠다. 소싯적 중국인에게 한국을 알리는 여행 쪽 일을 하며 한때는 거의 매달 전국을 돌며 출장 다녔던 적도 있는데 말이다.

부동산 개발 모임에서 좋은 기회에 함께한 제주도 일정. 그리고 혼자 둘러본 제주도 모습들. 새로운 시선 속 떠오르는 생각들의 짧은 기록들.

 

기대와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 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여행의 이유>, 김영하

 

 

# 새로운 만남 새로운 시선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여행’을 가본 건 오랜만이고 모임에 참여해 보고 이렇게 여행을 가본 건 처음 인 것 같다. 기획자의 노고 속에 좋은 곳들을 짧은 시간 많이 방문하며 보고 느꼈던 것 같고, 집중적으로 함께 부대끼며 이야기 나누다 보니 서로를 보다 더 이해하고 알아가게 되었다.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고 각자의 다양한 삶의 경로를 겪어오며 또 각자의 성취를 이루신 훌륭하신 형님 그리고 누님들. 그들의 여정과 또 각자의 고민들을 경청하며 제임스의 10년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하고.

한편 떠오른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함에 즐기는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나는 많은 군집과 함께하는 것이 편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여행으로 치면 단체보다 개별이, 회식보다는 소수정예 자리가 편한 것과 비슷한 맥락일 거다. 뭐하긴 이번에는 단순여행이 아니라 workshop이니 할 말은 없다.

어쨌든 자주 볼수록 정든다던가? 비슷한 일을 해나가는 분들과 함께하며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이해해 나갔던 시간.

 

 

# 새로운 장소 새로운 영감

 

워크샵 모임에서 차를 대절하였기에 제주도 내에서 이슈가 되는 곳들을 짦은 시간 동안 많은 곳을 둘러 볼 수 있었다.

카트레이싱으로 유명한 [981파크] , 1만평 자산가의 펜션 [오크리하우스], 페이스북에서 꽤 많이 회자되었던 [플레이스캠프제주] 미디어아트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빛의벙커], 힙한 호스텔을 지향하는 [베드라디오]

 

 

개인적으로는 웃고 즐기면서도,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이 피드백과 부동산 개발적 의견들이다.

    1. 담대한 시도

오프라인사업은 기본적으로 초기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mvp에 대해 가설이 틀렸을 경우 그 비용의 대부분이 시설에 대한 투자이기에 피벗팅이 쉽지 않다. 그래서 오프라인사업에서 담대한 시도는 잘 이뤄지지 않고, 이뤄지더라도 (즉각적인 대체가 어려우니) (피벗팅을 통한) market fit에 맞는 케이스가 많이 없었다.

그렇기에 오프라인 사업은 대부분 조금은 보수적으로 이뤄지기 마련인데 제주도에서는 상업 게다가 관광 기반이고 수요가 몰려오고 있으니 담대한 시도들이 조금씩 생가나는 듯 하였다. 성공 여부를 떠나 그 시도들에 대해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던 경험. 그것 만으로도 너무나 많이 배우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1. 생존에 대한 의문

참신함과 사업성은 별개다. 이러한 담대한 시도 속에 영감을 얻고 즐겁게 즐겨나갔지만 과연 이 사업이 잘 될 지는 다른 문제였다. 실제로 사업이 잘 안 되는 곳도 있었고, 그렇게 보이는 곳도 있었고, 그렇게 될 여지가 많은 곳도 있었고.

혼을 다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좋지 않을 때, 그 담당자의 상실감이 얼마나 클 지 아쉬웠지만 비즈니스는 냉정하다잖아. 성과가 안 나면 과정이 어떻든 이쁜 쓰레기 만든 거다.

 

981파크 ⓒ제임스
오크라리조트 ⓒ제임스
플레이스캠프제주 ⓒ제임스
빛의벙커 ⓒ제임스

# 덕업일치의 롤모델, 아라리오 뮤지엄

 

최근 연극 쪽에 관심을 가지며 나는 연극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나갈까 생각하던 차, 신문에서 보던 아라리오 뮤지엄의 이야기가 떠올랐고 아라리오와 김창일 회장님 그리고 씨킴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보게 되었다.

 

[매경] 10번째 개인전 여는 씨킴 아라리오 회장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4361643

 

천안을 기반으로 한 고속버스 터미널 위탁사업, 나아가 부동산 개발을 통한 터미널 시행사업으로의 확장, 사업을 통한 자본을 기반으로 한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 그리고 그 컬렉션을 바탕으로 한 미술관의 운영, 씨킴이라는 현대미술 작가로서의 행보 등.

생존을 위해 사업을 시작하였고 그 사업이 성과를 거두자 그 돈을 예술에 투자를 하고, 그러다 예술을 위한 사업을 하게 되고, 나아가 작가로서 대중의 인정을 받기위해 노력하는 과정들.

아! 한 인간의 삶의 여정이 이렇게도 다양하고 풍요로울 수 있구나 감탄을 하면서 나도 이 분처럼 인생을 살아가고 연극과 관계를 맺어나가고 싶다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진로에 대한 고민에서 연극을 뒤로 미루고 사업을 하기로 결심을 하고 너무 머지 않는 시점에 그 사업을 통해 마련한 자금들로 연극에 대해 본격적으로 펼쳐나가기로. 그게 바로 내가 부동산 개발업을 시작하게 된 작은 계기 중 하나이다.

현재 내가 걸어가고 있는, 걸어가야 할 길에 영감을 주었던 아라리오 뮤지엄을 이 곳 제주에서 방문하게 되었다. 건축의 레거시 (모텔, 영화관, 우체국 등을 리모델링), 건축양식, 전시 등도 너무나도 좋았지만 동경해 왔던 거장의 손길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는 것, 더 나아가 그러한 길을 걸어가고 싶은 내게 뜨거운 자극과 질투가 되었다는 것. 태풍 몰아치던 말복의 어느 날의 불끈함이었다.

아라리오탑동시네마 ⓒ제임스
영웅 ⓒ제임스

 

# 한국인민공화국 제주성

 

제주를 x자 형태로 사선들을 그어 나뉜 4지역들은 각각의 특색들을 지닌다고 한다. (워크샵에서는차로 이동하며 한 바퀴를 돌았지만) 홀로 남은 시간에는 상단의 제주시 쪽에서 시간을 보내었었다.

제주도 행정지도

 

제주시는 동문시장 인근의 구도심과 제주도청 인근의 신도심으로 나누어 진다는데 첫날은 동문시장 근처 bed radio라는 호스텔에서, 둘째날은 제주도청 인근의 호텔에서 묶었다.

호텔 주변이 알고 보니 바오젠 거리였다. 캘리포니아에 금광러쉬와 버금갈 만한 중국인들의 한국러쉬가 있던 2011-2016.  그 시기를 상징하는 몇 가지 단어가 있는 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바오젠 거리 이다. 태풍과 비바람 몰아치는 날 우산없이 흠뻑 그 거리를 거닐며 이 곳이 서울의 대림, 베이징의 왕징, 상하이의 홍첸루와 다를 바가 없어 너무 놀라고 또 기분이 씁쓸하였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넘은 CHA트리피케이션. 중국의 자본의 맹공이 휩쓸고 간 이 곳의 기운은 썩 유쾌하지 만은 않았다.

 

[제주매일] 제주서 중국인 불법체류자 집단 검거

http://www.jejumaeil.net/news/articleView.html?idxno=203660

 

[아시아경제] “사드 끝났다” 다시 제주 찾는 중국인…5성급 호텔 투숙률도 ‘↑’

https://view.asiae.co.kr/article/2019070807530953346

비오는날 신라면세점엔 정말 많은 중국인이 있었다 ⓒ제임스
홍췐루 징띵따샤인 줄 ⓒ제임스
제주 시내에 개발되는 큰 프로젝트인데 시행시공 모두 중국기업이다 ⓒ제임스

 

 

# 제주 신공항 관련

 

제주도민이라고 다 한마음인 건 아닐게다. 이동 시 주로 택시를 타고 다녔는데 기사님들마다 전, 현 도지사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하였고 그 근간엔 제주 신공항과 중국인 정책이 있었다.

제주는 가운데 한라산이 우뚝 쏟아 있기에 북쪽의 제주시의 제주공항에서 내려 서귀포시 쪽으로 가기에는 상당한 불편함과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제주의 JEJU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제주시의 구도심, 신도심 모두 제주 본연의 매력인 잃어가는 듯 하였고, 제주시 양 옆의 근교인 애월읍이나 한림읍 또한 연남동이나 익선동 같은 힙스터들의 인스타 관광지로 살짝 변해가는 모습이 보였다.

잘은 알지 못하지만 다음 번 내게 제주를 방문해 라면 표선읍과 모슬포항 쪽을 갈 예정인데, 이 곳은 제주도의 서남과 동남쪽에 위치해 있다. 제주공항에서 접근성이 힘들어 가장 덜 개발되었기에 오히려 가장 제주다운 매력을 간직한 곳 같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주는 내국인 관광수요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반복 방문자가 많기에 그 출발점을 굳이 제주공항에서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서귀포 쪽 신공항 개발 시 기존의 제주공항의 수요가 분산되어 제주시로의 유입이 작아져 해당 지역의 경제가 다소 침체될 우려는 있겠지만, 냉정하게 이 문제는 소비자인 주 이용층의 needs를 반영하는게 현명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성적인 생각과 생존의 문제와 정치, 이권 등과 같은 영역은 또 다르기에 이렇게 문제가 해결이 오랫동안 안되고 현지인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것이긴 하겠지만.

※ 글을 써두고 서칭을 잠깐 해보니 제주 신공항이라는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닌듯 하다. 환경보호 문제도 있고, 제주 유입인구가 줄어드는 문제, 정치적 문제, 해외 유사사례 비교 등으로 인해 신공항 건설보다는 지금의 제주공항을 확충하는게 나은 듯하기도 하다. 아니 이 쪽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아시아경제] 제주 제2공항, 혈세 낭비하는 제2의 4대강 사업

https://view.asiae.co.kr/article/2019080810294014468

원희룡 “성산 공항신설에 명운 건다”지만 관광객 감소에 ‘기존공항 확충론’ 힘 얻어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47432.html

 

 

# (지극히 주관적인) 제주맛집

 

갈치, 옥돔, 해물뚝배기, 회, 해산물, 전복, 흑돼지구이, 고기국수 등 제주도의 다양한 음식들을 들어보면서 나름 맛집들도 검색해 보곤 하였는데, 혼자서는 예약이 힘든 곳도 있고 막상 가보니 맛이 없던 곳도 있었다. 이 중 제임스가 맛있게 먹은 식당 두 곳을 소개한다.

 

1. 미친부엌

bedradio 호스텔 매니저 분들께 소개받아 간 곳이었다. 검색을 미리 해보니 (이 시국에!) 이자까야 컨셉이고 20대 분들이 많아 조금 걱정하였는데 결론적으론 매우 맛있었다.

1인메뉴가 따로 있었는데 (3만원) 신선한 모듬 회 그리고 바삭한 튀김 속 녹는 듯한 가라아게 몇 점, 기본안주로 나오는 (진짜 새우를 튀긴) 새우깡, 마지막으로 해물크림짬뽕 (이게 진짜 압권이었다)까지. 너무나 맛있게 먹고 마시며 마침 들고간 책 (여행의 이유, 김영하)도 재밌게 읽다 나왔다.

미친부엌1 ⓒ제임스
미친부엌2 ⓒ제임스

 

2. 올레수산

자고로 회는 바닥에서 먹는게 제 맛이라 생각한다. 통영 중앙시장의 시장바닥, 부산 수변공원의 파도를 맞으며, 여수밤바다에서 여수밤바다를 들으며 그렇게 나는 회를 먹어 왔다. 아버지가 워낙 회를 좋아하셔 부산의 여러 고급 횟집들을 다녀 보았지만 내 입맛에는 조금은 거친 듯 씹어먹는 회가 진정한 바다를 즐기는 방식이었다. 적당히 드라이한 화이트와인과 곁들여서 말이다.

이번에도 시장을 찾아 나섰다. 제주 구도심의 동문시장이 유명하다 하지만 야시장이 발달하며 관광객들이 많아 몰려 그 매력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걱정하였는데 몇군데 탐색을 하며 맛집 포스가 느껴지는 횟집을 시도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성공이었다. 다음 날 또 갔을 정도이니. 2만원이면 참돔, 우억, 광어, 고등어 등 신선한 회와 멍게와 우럭 등의 해산물을 원없이 먹을 수 있고 또한 와인 콜키지프리다.

올레수산1 ⓒ제임스
모듬회+모듬해산물+와인+여행의이유 ⓒ제임스
모듬회+와인+잊기좋은이름 ⓒ제임스

 

# 제임스투어 제주 프로젝트

 

신기하게 제주도 출장 동안 그리운 벗들의 연락이 왕왕 왔었다. 서로 바쁜 걸 알기에 잘 보지 못하는데 물 건너 타지(?)에서 연락을 받으니 문득 그리워졌다. 그러면서 문득 동생이자 친구인 지인이 최근 한 말이 뇌리에 떠올랐다. 30대 우리의 일상들이 너무 바쁜 걸 아니 시간을 내어 무조건 짧게라도 여행 다녀오자는 약속.

 

오랜만에 찾은 제주는 좋았다. 바다와 산, 와인과 해산물, 외국 같으면서도 낯설지 않은 곳. 짧은 2박 3일 여행을 고민하다 그래 니가 날아(!) 봐야 중국, 일본, 동남아구나 아쉬워하던 나에게 새로운 여행지가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항공권과 숙박도 저렴하기에 1박 2일 코스가 딱 적당한 듯 한데 더 나이가 들고 가정을 이루기 전에 지인들과 짧게 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떠오른 [제임스투어 제주 프로젝트]. 새로운 생각이 망상일지 추억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 또 봅시다 제주

 

금사빠 제임스. 내게 영감과 감흥을 주었던 통영도 좋았지만, 앞으로는 통영보다 제주를 갈 듯 하다.

하루에도 5만원 미만의 LLC 항공들이 몇 십분 단위로 뜨고, 아고다에는 저글링 x떼같이 공급된 호텔들의 가미카제 식 특가할인 호텔이 만연하는 이 곳. 지역마다 개발 정도와 콘텐츠 컨셉이 달라 올 때마다 질리지 않고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곳. 해변가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달릴 수 있는 올레길 조깅코스. 동문시장에서 2만원이면 배불리 신선한 회와 해산물을 편안한 와인과 먹을 수 있는 이 곳

또 봅시다 제주. 너무 늦어 아쉽지만 이제 시작이네요.

 

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끼는 경험. 한 번이라도 그것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일상이 아닌 여행이 인생의 원점이 왼다. 일상으로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일 것이다.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라는 것. 귀환의 원점 같은 것은 없다는 것. 이제는 그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여행의 이유>, 김영하

 

 

우연한행운1ㅣ2004년 입실렌티 이후 다시 듣는 전인권 형님의 돌고돌고돌고 ⓒ제임스
우연한행운2ㅣ태풍과 와인이 함께한 실외 관현악 연주 ⓒ제임스

 

 

끝.

글쓴이

James Jang

파란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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