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스페이스의 역습 [20190806]

 

# 하자스페이스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는 지인과의 오랜만의 식사자리.

 

지인 : 제임스 하자스페이스라고 들어봤나요?

제임스 : 오, 뭐에요 그건? 새로 생긴 공간 관련 업체인가요?

지인 : 아 아뇨. OOO이라고 네이버에 검색해봐요.

 

해당업체의 이름검색과 함께 떠오르는 연관검색어 ‘하자스페이스’와 블로그 카테고리의 맨 상단에 떠오르는 글.

 

하자스페이스체크리스트 109가지 (feat. 817디자인스페이스)

https://blog.naver.com/jerny80/221536035782

 

사건의 내막은 이런 듯하다.

 

# 사건일지

 

      • 한 고객의 자신의 아파트 인테리어를 최근 SNS에서 유명한 인테리어 업체에 맡겼다.
      • 시공 후 여러가지 하자들이 많이 생겨 이에 대해 고객은 업체에 항의 및 보수요청을 하였는데, 업체에서는 원래 그런거다, 고객님이 너무 민감하다, 어쩔 수 없다 와 같은 조금은 무성의한 태도로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지 않은 듯 하다.
      • 화가 난 고객이 자신의 블로그에 위와 같이 해당 하자들에 대해서 매우 상세하고 100여가지의 방대한 내용으로 포스팅을 하였는데, 알고보니 이 고객이 그 업체보다 훨씬 유명한 파워블로거였던 것이다.
      • 이 블로그 글은 작게는 업계 사람들에게, 그리고 인테리어를 맡기려는 고객들에게 퍼져나갔다. 워낙 파워 블로거다 보니 해당 업체 이름이나 숫자를 네이버에 치면 제일 상단에 이 글이 뜬다. 게다가 이 블로거는 계속 하자 현황에 대해 업데이트하는 글을 게재하고 있다.
      • 상황의 심각함을 인식한 인테리어 업체는 고객에게 블로그 글 삭제를 요청했지만 불응하였고 업체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했다고 한다. 이게 현재까지의 상황

 

 

# 풍문으로 들었소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지만, 신뢰와 브랜드로 먹고 사는 인테리어 업체에게는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이 있을 듯하고, 극단적으로는 업체의 존속위기까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명예훼손 여부를 떠나 확실한 건 블로그 글에서 말하는 100여 가지 하자 중 개인의 취향이나 너무 세세한 부분을 집은 것도 있지만, 전반적인 인테리어 퀄리티는 정말 형편 없다라는 것이다. 블로그 글을 찬찬히 읽다 보면 (생각보다 재밌다!) 이것은 시공 쪽에 전문성을 가진 뿐들만이 아니라 나 같은 일반인들도 상식적인 선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니, 이번 사건은 업체 담당자의 단순한 실수기 보다는 시공퀄리티를 대한 기준, 고객을 위하는 마음, 협력업체의 감독여부, 전반적인 고객대응 시스템, 회사를 이끄는 대표의 마인드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 함양미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라고 하지 않는가?

 

아시는 분이 이 업체의 고객이기도 하여 사실 이 업체에 대해서는 이전에 종종 들은 바가 있었다.나 또한 당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같이 일하고 있는 인테리어 업체와 디자인, 마감상태 등에서 여러가지 의견이 달랐기 때문에, 지인의 이야기들에 나름 공감을 하면서도 (다른 것도 중요시 여긴다고 하지만) 미적 감각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테리어 업체와 (이쁜 것도 중시 여긴다고 하지만) 내구성이나 가격적인 면을 최우선으로 여길 수 밖에 없는 건축주 혹은 고객 간의 해결할 수 없는 괴리인가 라고 생각을 했었다.

단순히 흘려 넘어갔던 풍문이 한을 품을 한 사람이 최선의 방법으로 공개한 적나라한 사례와 접하는 순간, 그들은 내게 껍데기 마저 벗겨진 흉측한 괴물로 남게 되었다. 자신들의 자아나 이득을 위해 고객들의 공간들을 분출의 대상으로 삼는 이기적인 예술가들로 말이다.

 

 

# 인테리어 시장의 새로운 흐름

 

인테리어 업계의 경우 주거/오피스/상업 등으로 나눌 수 있고 주거분야 내에서도 가격이나 스타일에 따라 세분화가 된다. 그 중 최근에 핫한 분야가 바로 아파트의 고급인테리어 시장인 듯하다. 3040대의 인테리어 시장에서의 나름 젊은 층들이 결혼 후 혹은 (첫번째 전세 후) 두번째 집을 자가소유를 하게 되면서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리모델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가소유에 대한 필요성이 적고 구매력이 낮은 20대 들에겐 인테리어 소품에 대한 욕구가 발산되며 이것이 모바일 커머스와 결합한 형태로 오늘의집 bucketplace.co.kr, 집꾸미기 www.ggumim.co.kr, 원룸만들기 oneroommaking.com 등과 같은 소품 커머스 업체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태인 듯 하고.

자신만의 유니크함에 대한 욕구 그리고 성장과정에서의 여러가지 경험과 SNS 매체를 통해 스스로의 취향이 세련되어 가는데, 이에 반해 기존 인테리어 업체의 경우 조금은 혹은 심하게 old한 이전 감성 (feat 장미무늬, 유럽캐슬풍 등)을 가지고 있기에 고객들의 needs를 맞추기 쉽지 않았고 고객들도 불만족이 많은 편이었다.

세련된 인테리어 만큼이나 합리적인 프로세스와 가격을 더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집닥 www.zipdoc.co.kr 과 같은 인테리어 중개 플래폼을 이용하는데, 본인의 취향이 아주 세련되었거나, 혹은 뾰죡한 사람들의 경우가 찾을 수 있게 되는 파트너가 고급주거 인테리어 전문업체이고 이들의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이 바로 인스타그램이다.

 

 

# 인스타그래머블 인테리어

 

앞서 얘기했듯 최근 주거공간 인테리어 시장 내 아파트의 고가인테리어 영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흔히들 얘기하는 밀레니얼 세대 중 나름 경제력과 결혼, 출산 등 가족의 구성으로 (인테리어를 해볼 수 있는) 투룸 이상의 주거공간을 확보한 30대 위주인 듯 한데, 이들의 각자 개성을 담을 공간을 추구하는 needs와 트렌디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를 강점으로 하는 인테리어 업체들이 만나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어쩌면 이번 사건은 그 양쪽의 극단들이 만나 제대로 터진 듯한 모습이다.

고가인테리어 영역의 플레이어들은 신진건축가, 건축사사무소 출신, 인테리어 전문업체 등 다양한 물줄기에서 이 쪽으로 흘러왔는데 출신을 불문하고 잘되는 집들의 공통점은 바로 인스타그램을 잘 활용하고, 의류 쪽의 디자이너 브랜드 같이 대표 스스로가 하나의 셀럽이 되어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통해 물건들을 파는 방법이야 최근 꽤 유행하면서도 잘되면 엄청난 매출을 보장해 주는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인 듯 한데, 보여주는 이미지가 전부인 인테리어 영역에서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 주 목적인 인스타그램의 활용은 굉장히 스마트하다고 생각한다. 관종이니 뭐니 셀럽이나 인플루언서도 꾸준한 노력과 성향과 기회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건 미술작품과 다르게 공간이라는 것은 이쁜 것을 넘어 사용성 또한 좋아야 하는 상품이며 특히 주거공간의 경우는 사용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도가 높기에, 인스타그램에서의 트렌디한 느낌과 많은 인플루언서를 통해 고객을 모으고 인테리어를 한다고 하더라도 상품의 내구성이나 사용성에 문제가 있으면 그야말로 “이쁜 쓰레기”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 심미성 vs 사용성 vs 내구성 vs 가성비

 

대부분의 상품이 위 네 가지에 대해 밸런스를 맞추겠지만 그 비중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아래와 같다.

사용성 > 가성비 > 내구성 > 심미성

 

    • 사용성 : 잠시 스쳐가는 상업공간, 생존의 터전이 되는 오피스 공간과 다르게 각자의 아늑한 은신처 Querencia가 되는 주거공간은 사용성이 가장 중요시 되어야 한다.
    • 가성비 : 그리고 건축과 인테리어는 자재나 시공법의 소소한 변경이 금액에서 큰 차이를 불러오기에 언제나 가격에 신경쓰며 VE (Value Engineering)을 검토해야 한다.
    • 내구성 : 사람이 오래 있고 다양한 행동들이 이루어지기에 내구성도 신경써야 한다. 휴대폰 같이 고가이긴 하지만 1~2년에 한번 교체할 수도 없다.
    • 심미성 : 이런 것들을 차치하고 어쨌든 눈에 보이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심미성이 매우 중요하지만 우선순위에서는 위에 것들에 앞서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몇 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도대체 뭐가 맞을까 내부적으론 나름의 고민과, 외부적으론 토론과 논쟁 속에 찾은 나만의 결론이다. 적어도 내가 공간을 만들어 낼 때에는 위와 같은 기준들로 우선순위를 정해나가고 있다.

 

혹자는 뭐 상식적인 이야기를 왜 이리 어렵게 이야기 하냐 할 수도 있을텐데, 바로 그 상식적인 우선순위에 대해 (의도치 않았더라도) 거꾸로 뒤집어 진행이 되었기에 “하자스페이스의 역습”이라는 사단이 났을 것이다.

 

 

# 건승을 기원합니다.

 

한번 생성된 공간을 다시 바꾸기 어려운 것처럼, 이번 사건의 결말도 쉽게 마무리되기 힘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는 고객의 편에 서고 싶다. 제로섬이 될 이 갈등에서 최후의 승자가 그 고객이 되었으면 한다. 고객이 접한 상황들을 나도 비슷하게 접해 보았고, 글에서 느껴지는 당혹함과 분노에 나 또한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길이 내가, 우리가 생각하는 공간에 대한 참다운 접근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이쁜 쓰레기” 말고 “즐거운 나의 집”이 필요한 거잖아.

 

글쓴이

James Jang

파란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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