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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와 두번째 프로젝트의 준공-임대-금융기관 대환이 마무리 되었다. 통매각을 제외하면 각 여정의 몇 가지 언덕들을 넘어온 셈이다. 이 업을 시작한지 1년이 넘어가고 세번째 플젝의 착공, 네번째 그리고 다섯번째 플젝의 본격적 준비에 앞서 지난 1년 간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며 다시 한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에 대해 고민해 보고 싶었다. 나는 왜 디벨로퍼 (a.k.a 집장사)가 되었나? 그 두번째 이야기.
☞ 첫번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ㅣhttp://jangjaeyoung.com/archives/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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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세계에 대한 입장권
우연한 기회에 외부 강의를 종종 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의와 미팅을 희망한다. 처음엔 감사한 마음에 시간을 내려 노력하다가도 그 중 몇 명은 주말 밤낮 가리지 않고 물어보는 조금 무례한(;;) 경우를 겪다보니 현재는 죄송스럽지만 이러한 문의들에 대해선 정중한 거절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렇게 인연을 맺은 사람들 중 시간이 지나도 실제로 크던 작던 실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우는 많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 아무도 없었다. 누구나 관심은 많은 업이지만 배우거나 경험해야 할 것도 많고 또 적지 않은 개인의 돈과 사업비이다 보니 (아무리 작은 프로젝트도 최소 사업비가 10억이다) 선뜻 시작하기 쉽지 않은가 보다.
그 놈의 급한 성격 때문인지 새로 시작한 일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었는지, 나름 재충전 후 슬며시 기어 나오는 활력 때문인지 사업 개시 후 매 3개월 단위로 부지를 매입하게 되었다. 최소한 1년 간은 많이 듣고 경험을 한 후 부지를 매입 해라는 주변의 조언이 무색할 정도로. 그 과정에서 자금흐름 때문에 고생을 한 적도 있지만 다행히 잘 넘기 되었다. 의도했던 것 아니지만 그 동안 토지가격은 2018년 한해 상승장의 피날레를 알리는 마지막 급등을 하며 서울 어느 지역이든 호가가 최소 연 20% 이상 올라가게 되었다. 매각이 되어야 하고 그 이후 최종적인 수익이 얼마인지 봐야겠지만 부동산은 정말 부지만 잘 사고 시공에만 문제 없으면 폭망하지는 않는 나름 안전한 비즈니스 모델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사이클을 겪고 나니 이 업에 대해 조금 한 단계 높은 언덕에서 볼 수 있는 눈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 봤자 여전히 부족한 새내기이지만 1년 전에 비하면 놀라울 만큼의 성장이다. 1년 간의 프로젝트들을 통해 얼마를 버느냐 보다 더 중요한 건 이 1년을 통해 나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싶어하는 이 세계의 파티에 참가할 수 있는 입장권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링에 오를 수 있게 되었으니 잘 버텨나가고 매 라운드에서 좋은 전적을 만드는 건 이제 다시 내가 짊어져야 할 새로운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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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 아니라 정치가 필요한 순간들
세상에 이렇게 나쁜 사람들이 많은지 몰랐다. 휴식과 연극을 통해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회복해 나갔던 시기 뒤 바로 일어난 일이라 더 센 자극으로 내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큰 판이기에 거래 하나에 작게는 수백만원, 크게는 수억원의 금액이 왔다갔다하는데 이는 내가 라운드를 치르며 혹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되면 더 큰 액수가 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욕망이 정말 이글거린다. 서로의 언행에 대한 쉬운 말바꿈, 그리고 계약서도 필요 없어지는 공사판의 기싸움. 돈 앞에 장사 없다고 몇 십만원이면 내가 양보하고 베풀 수 있는 깜냥도 수 천만원 앞에선 너 죽고 나 살자가 되어버리고, 수억, 수 십억원 앞에선 내 앞의 저 xx 한번만 등쳐먹으면 내 평생 편하게 먹고 산다란 마음이 앞서며 고단수의 꾼들이 등장한다. 작은 거래의 주고받음을 통해 실력과 인상에서 신뢰를 줘서 큰 거래를 만들고 그렇게 큰 판에서 사기를 쳐 나가는. 모두가 그런 건 아니고 매번 이런 것도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가 1년간 이 업에 있으며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 중 적지 않은 부분이 누적된 것에 대한 소회이다. 참 싫다 정말. 하지만 이건 선택의 문제다. 싫으면 이 일을 그만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이다.
사람을 믿지 말고 구조와 상황을 믿으라는 지인들의 소중한 조언들을 새겨들으려 했건만 어찌 그게 쉬운 일인가? 결국 사람이 만나 하는 일이 대부분인데 말이다. 나란 사람한테 안 맞는 판에 들어왔나 란 의문이 들고 이렇게 까지 해야 하냐는 회의가 들 때도 있지만 어쨌든 링에 오른 이상 살아 남아야 했다. 어떻게 헤쳐나가는지에 대한 나만의 철학은 아직 더 다듬어야겠지만 적어도 거칠고 나쁜 사람들을 만났을 때 겁먹어 숨겨나 당황하지 말고 싸워나가려는 용기와 투지가 생긴 한 해 였다. 그저 웃으며 자신의 욕망과 신념을 달성하려는 정치판의 모습들이 역겹다기 보다 새삼 대단해 보이는 순간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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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부동산 개발이란 공간을 만드는 일이고, 공간이란 인간이 지구라는 곳에서 중력의 힘으로 인해 발을 디디고 사는 모든 곳들 위에 생활을 영위하는 터전이다. 그 터전의 무대가 되는 땅과 터전을 가꾸는 설계나 시공, 인테리어를 접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을 소비자들에게 유통되는 과정을 몸으로 겪고 나니 일상을 걸어다니며 접하는 공간과 건물에 대해 조금 다른 시야로 보게 되었다. 단순히 사용했던 공간에 대해서 누가 왜 어떻게 만들어 판매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며 무대 뒤의 스토리에 대해 상상하며 묘미를 더하게 된 것이다.
사업으로 시작한 일이기에 성과를 내야겠지만, 적어도 살아가는 인생에서 하나의 재미를 더하게 된 건 이 업을 통해 내려 받게 된 감사한 선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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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TIME WORK
우선 일이 재밌다. 나쁜 사람들을 마주하며 진이 빠질 경우도 있지만 내게 잘 맞는 부분도 많았다. 조직을 작게 가도 되고, 여러 파트너들과 협업과 조율이 중요한 업이기도 하고, 땅을 보고 현장을 봐야 하기에 외부에 있는 일도 많다. 업무가 연속적으로 있기 보다 프로젝트 단위로 있어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중간에 조금 길게 쉴 수도 있다.
업계 선배들 얘기로는 시행을 맛보면 다른 사업은 못한다고 한다. 공간이라고 하는 자신보다 더 큰 제품을 만드는 일이 재밌기도 하거니와 판의 크기와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맛보고 나면 다른 일들이 조금은 시시해(;;) 보인다는 것이다. 첫 사업을 할 때는 스타트업 회사 중 100억 매출을 넘기면 대단하다고 얘기들 했는데 여기는 건물 몇 개 지어 팔면 바로 몇 백억 매출이 나버리고 영업이익률도 최소 10%는 넘겨 억대 이상의 수익을 가져가니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달콤한 과실을 맛보는 사람이 적고 더구나 입장권을 얻는 것도 쉽지 않긴 하지만 말이다. 아직까지 그런 시행의 매력에 듬뿍 빠진 건 아니지만 이 일이 재미는 있고 더 잘해나가고 싶고 그래서 성과를 거둬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1. 인생에서 쓸 수 있는 열정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에 기왕 일을 한다면 가급적 큰 일을 해보려는 점, 2. 힘든 여정을 겪어 결실을 내면 나름의 큰 수익을 얻을 있다는 점, 3. 프로세스 별로 여러 파트너들과 협업하며 조율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이 내가 가진 장점과 나름 부합하다는 점, 4. 오프라인 사업의 근본적인 토대는 결국 공간 비즈니스 라는 점 등.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서 이 일은 평생 해갈 것 같고 그러기 위해 더 잘해나가고 싶다. 이 업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갈 수 있고, 오른 링 위에서 계속 버텨나갈 수 있을지, 그리고 다른 일을 병행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게 LIFETIME WORK 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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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은 열망
일반인들이 아는 주거공간을 규모별로 보면 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 주택, 다중주택(원룸), 고시원 등이 있을 것이다. 큰 규모 공간들의 상품력 (디자인, 시공마감, 설계, 인테리어 등)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래미안, 힐스테이트 같은 1군 브랜드의 새 아파트라도 입주 후 잦은 누수현상이 발생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1년간 직접 경험한 주거로서의 공간들은 다중주택 (원룸)이고, 간접적으로 많이 접한 공간은 다세대 주택 (빌라)들인데 부지에 대한 규모검토, 디테일한 사업성 분석, 수요층에 맞는 공간설계와 인테리어, 꼼꼼한 시공과 공정관리, 금융 및 자금관리, 임대 및 분양, 임대관리 이러한 중요한 프로세스에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 보였다. 프로세스 별 꼼꼼히 진행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진행 타이밍 (여기도 역시 태풍이 불면 돼지도 난다), 상품기획 (많이 쪼갤수록 장땡이다…), 부지매입 (사업성 분석 다 끝내 놓고 사고 싶어도 집주인 맘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등의 큰 맥락이나 프로세스간 흐름에 더 집중하는 것이 사업의 본질이기에 그렇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소규모 주택사업은 규모 있는 기업보다 개인이나 영세한 업체들이 플레이어로 있다 보니 완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었고 공간의 규모가 크든 작든 누군가에게 일상을 살아가는 소중한 집이기 때문에 그런 점이 참 아쉬웠다.
그렇기에 가끔 터무니 없는 태도나 업무(설계 시 디테일한 부분을 놓친다던 지, 시공 시 하자가 뻔히 보이는 식의 마감을 한다던 지, 중개계약 시 고객에게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는지 등) 들을 접하게 되면 마음 깊숙한 곳의 분노가 조용히 일어나지만 그것을 당장 개선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개선하기에는 내 실력과 힘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기에 차곡차곡 기록하며 매 프로젝트마다 당장 개선할 수 있고 우선순위가 높은 것들만 진전시켜 나가려 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쌓여 회사의 실력이 되고 브랜드가 되고 가치가 될 것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며, 또 우리에게 돈을 내고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응당한 보답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규모 주택의 주 수요층인 2030 미혼세대의 경우 경제력이 높지 않은 편이 대부분이고, 또한 주거라는 공간은 오피스나 리테일 등의 기타 공간에 비해 사용자의 기대치나 민감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주변 시세 대비 가격을 올리지 않는 선에서 그들에게 만족할 만한 상품 (설계, 시공 등)이나 서비스 (판매, 임대관리 등)를 제공하는 것에는 이코노믹스가 맞지 않는다. 비슷한 입지에 아무리 좋은 건물을 지어 조금 더 높은 가격을 받으면 되지 않나 혹자 물어볼 텐데 그러면 소비자들은 더 좋은 입지로 이동해 방을 찾는다. 덜 좋은 입지 (ex 신림역)의 더 좋은 공간보다 더 좋은 입지 (ex. 강남역)의 덜 좋은 공간을 선호하는 것이 대부분 소비자의 성향이다. 공간의 상품성 보다 입지 자체의 상품성이 더 앞서는 부동산만의 특성이기도 하다.
또한 1, 2만원의 경미한 가격 인상에 대해 매우 높은 민감도를 가지고 있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종종 동종업계 어르신들이 거칠게 표현하는 “대충 지은 곳에 대충 살면되지 뭐” 라는 식의 방식이 통용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억측스럽고 나쁜 마음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 생산자도 적당한 이윤은 남기고 소비자도 만족할 만한 가격의 주거 공간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매력적인 상품으로서의 브랜딩, 2. Value Chain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업무효율성 제고 및 비용절감, 3. 규모의 경제를 통한 플랫폼 형성 등. 분노를 일으키는 문제들에 대해 해결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들은 있지만 말로는 참 쉽지 지나한 시간과 현명한 노력들과 함께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하는 일이다. LIFETIME WORK가 생각하는 이 업에서 과연 나의 분노 중 얼마만큼이나 해소할 수 있을지 참 궁금하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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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은 없다. 내가 가는 길이 답이다.
1년 전 나는 부동산 매매에 대해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용적율이 뭔지, 전용면적이 뭔지, 골조가 뭔지 아는게 전무한 상태였다. 그 크나큰 gap을 조금이라도 메우고자 유튜브를 보고 웬만한 부동산 강의들은 다 쫓아다니며 듣고, 업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들어 나갔다. 그러한 과정 속 내가 깨달은 건 아직 배워야 할 점들은 많지만 결국 정답은 없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행업은 오케스트라와 같이 토지, 기획, 설계, 시공, 금융, 분양 등 여러 악기들의 협연이다. 각 하모닉에 맞는 색깔과 방식을 가지고 각각의 악기들도 싱크로나이즈 할 수 있는 것이다.
해당 지역, 해당 시기에 따라 이러한 싱크로율 또한 달라지기에 어떻게 해야 성공한다는 방법론적인 조언은 참고는 하되 자신의 프로젝트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한계가 많았다. 세상 어떤 일이 안 그렇게나 만은 부동산 개발업은 특히 더 그러하였고 그러기에 자신만의 방법론을 찾아 시도하고 또 계속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졌다. 정말 다양한 방식들이 있고 그 중 많은 방식들이 또한 옳기에 내 기준과 주관을 세워 나만의 스타일로 뚫고 나가는게 중요하다 느껴졌다. 그 기준과 주관을 세우려면 우선은 많은 것들을 봐야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많이 듣고 더 많은 도전 속에 시행착오를 겪어 나가고자 한다. 이제 업을 시작한 1년차 새내기가 가지기엔 오만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2개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느낀 결론은 이러하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기에 부단히 배우고 사람들과 교류하려 하지만 내부의 중심을 잃는 순간 외부의 부단한 자극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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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행은 결국 에쿼티 게임
부동산 개발업이란 공간이란 상품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이기도 하다. 영업이익률 10% 정도로 제조업 평균의 이익율을 가지고 있지만, 부동산금융에 있어 금융기관은 미확정담보물에도 담보가치를 인정하기에 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대출이 나와 다른 사업들보다 자기자본을 적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투자대비수익률 (ROI)는 엇비슷하지만 자기자본대비수익률(ROE)는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돈을 최소화 하여 큰 사업을 벌이면 ROE는 극대화 되니 자기자본을 최소화하여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랴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시행업은 아무리 계획한다고 하여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는 게 지난 1년 간 내가 매일매일 얻어 맞으며 내린 결론이다. 반드시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나기에 여유돈 없이 레버리지를 극대화 하여 진행하면 그 예상 밖의 일로 인해 추가비용이 발생하거나 시간이 지체되며 이자비용이 발생하며 현금흐름이 막혀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도산의 크기는 총 사업비 이기에 레버리지가 클수록 후폭풍이 커질 것이다. 흔히들 얘기하는 레버리지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금융기관에서는 그 레버리지의 비율을 각 기관의 가이드에 맞게 정해놓았다. 저축은행은 20%대, P2P는 13%대, 큰 프로젝트는 10% 대로 말이다. 하지만 적은 자본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 앞에선 흔들릴 수 밖에 없기에 사람들인 절제를 못하고 레버리지를 극대화 하는 방법을 부단히 찾는 것이 이 업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이다. 큰 과실을 기대하고 모인 사람들이기에 기본적으로 ‘절제’라는 것은 참 견디기 어려운 성향일수도 있겠다.
2번의 프로젝트 또한 레버리지를 통해 진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겨났고 그로 인해 현금흐름이 꼬여 고생했었다. 다행히 잘 해결되긴 했지만 그 긴급한 순간들을 몸소 겪고 나보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정도의 경험이었다. 쩐관이 막혀 돈맥경화하는 위험은 겪어 본 사람만이 알 듯하다. 나의 경우는 그래도 x억 대였지만 나름 스트레스 내성이 있다고 생각한 내가 밤에 자다 깰 정도였으며 추후 프로젝트가 커져 xxx억 대의 돈맥경화가 온다 생각하니 생각만 해도 참 아찔 하였다. 과연 이런 왕관을 내가 견딜 수 있을까 심히 염려가 되었고.
그래서 내 프로젝트의 경우 자기자본 비율을 총 사업비의 25% 수준으로 맞출 수 있는 경우에 야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프로젝트 별 사업비가 최소 20억이라고 한다면 자기자본이 최소 4억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이전 같이 지으면 바로 팔리는 시대에는 에쿼티를 최소화하여도 물리는 것 없이 바로 회수가 되었기에 가능하였기에 상승장에선 조금 무리해서 진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부동산은 싸이클이 있다고 하지만 한국에선 앞으로 이전 같은 상승장은 보기 힘들 듯 하며 더구나 현재 진행되는 하락장에서는 더욱이 에쿼티 비율에 대해서 철저히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영속 가능해야 기회가 올 것인데, 그 영속성을 위해선 프로젝트 하나 때문에 폭망하면 안되기 때문에 정한 스스로의 규율인 에쿼티 비율. 내가 가지고 있는 성격 상 많은 노력이 필요할 듯한데 부디 잘 지켜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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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식 매출구조
부동산 개발은 큰 돈을 번다고 하지만 그 돈이 in my pocket 하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토지매입부터 설계, 시공, 매각 (분양 또는 임대 후 통매각)까지는 규모에 따라 최소 1년 길게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동안은 돈을 벌기보다는 지속적으로 돈을 써 나갈 뿐이다. 자기 돈이든 빌린 돈이든 억 단위의 적지 않은 비용을 말이다. 어쩌면 농사와 같은지도 모르겠다.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수확을 하고 겨울에 판매하는 1년 농사와 같은 계단식 매출구조를 가졌다. 오랜 시간 뒤 한번에 버는. 좋게 보면 투자이고 삐딱하게 보면 한탕이다.
그런데 자신의 자산이 얼마이든 간에 매월 cash flow가 마이너스이고 그 기간이 오래되다 보면 조금은 불안해진다.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은 ‘뭘 자꾸 멕이는 것’이라는데 (by 웰컴투 동막골) 멕일게 없으면 같이 일하는 파트너들에 금전적이든 정서적이든 조금씩 박하게 되면 그들과의 관계가 조금씩 삐그덕 될 가능성이 생기며, 아쉽게도 프로세스의 시너지가 하모니가 핵심인 개발 프로젝트도 덜커덕거릴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위대한 영도력이 고작 밥 몇 끼 때문에 갑질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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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그의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묵묵히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것이 일어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당신은 그것을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만 합니다. 하루는 어디까지나 하루입니다. 그런 작업을 인내심을 갖고 꼬박꼬박 해나가기 위해서는 지속력이 필요하며 그 지속력이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이 몸에 배여야 합니다. 다부지고 끈질긴, 피지컬한 힘을 획득하여 자신의 몸을 한편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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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위해 시간이란 발효제가 필요하고 그 시간 동안 부단히 해나가는 지속력을 위해서는 개인의 기초체력이 필요하다. 기초체력이란 구심력에 한가지 첨언하자만 플러스 현금흐름이란 원심력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우선 배가 불러야 장기적인 시각에서 호흡을 해나가며 단기적인 성과에 일희일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먹고사는게 급해지면 심적으로도 조급해 지고 그러면 될 일도 안되어 버린다.
비슷한 이야기를 감명깊게 읽은 책 <생각의 비밀>에서 김승호 회장님도 말씀하셨다.
일정하게 들어오는 돈의 힘은 한번에 들어오는 큰 돈의 힘보다 힘이 세다. 같은 가치라도 그 돈의 벌어지는 과정에 따라서 그 돈의 무게가 달라진다. 일정하게 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그 돈을 모을 능력이 사라져 버린다. 일정하게 들어오는 돈은 조직화된 돈이고 어떤 돈 보다 힘에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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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장에서는 계단식 매출구조의 jump up 하는 시간주기가 짧아질 텐데 하락장에선 그 주기가 더 길어질 것이기에 개인의 노력과는 별개로 영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다. 부동산 개발업, 더구나 하락장에서의 부동산 개발업에서 매출구조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번 해야 한다는 것이 1년 지난 시점에서 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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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손잡이 경영?
신규사업을 통해 1. 일정하게 들어오는 돈을 바탕으로 2. 플러스 현금흐름을 마련하고 3. 이렇게 쌓은 에쿼티를 토대로 부동산 개발업을 해나가자.
는 것이 1년이 지나며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다고 프로젝트 진행을 안 하는게 아니라 프로젝트는 프로젝트대로 진행을 하며 위와 같은 속성의 사업을 하나 더 진행하자는 것이다. 그것에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매월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형태로 월 순이익 1,000만원 이상을 1차 목표로 삼게 되었다. 몇 가지 고려하고 있는 사업아이템들에 대해서 세부적인 스터디와 검토를 진행 중인데 2019년 상반기 전에 확정 및 진행하고자 한다. 아름답게 표현하자면 계단식 매출과 선형식 매출의 조화를 바탕으로 한 일본에서 흔히들 이야기 하는 양손잡이 경영 형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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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지낼리티에 대해서
나는 살아가고 성장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나만의 방식을 어떻게든 찾아나갔습니다. 트롤럽씨는 트롤럽 씨의 방식으로 찾아냈고 카프카 시는 카프카 씨의 방식을 찾아냈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방식을 찾아내시기 바랍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by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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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권을 얻어 이 세계를 둘러볼 수 있었던 첫 해.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생존게임이 시작되었다. 행사장 안에서 살아남아 어디까지 뛰어넘을지 혹은 곧장 엉덩이 까이며 쫓겨날지는 2년차부터 시작된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여전히 난 헤쳐나가며 방안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정글탐험 속에서 불안 보다는 감사한 마음을 더 많이 느끼며 순간을 온전히 즐겨나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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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봄. 호치민의 자유로움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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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LU’s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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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