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합정으로 돌아왔다. ‘돌아’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걸 보니 이 일대는 이제 어느덧 내게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 되었는가 보다. 심지어 이번엔 합정 롤링홀이 바로 코앞에 있는 합정 까페거리 번화가의 이면도로에 집을 구하게 되었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세련된 바들과 식당들이 즐비한데 이게 내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진 모르겠다. 다행히 합정 까페거리 상권이 많이 죽은 편이고 이면도로에 주택이 위치해 시끄럽진 않다.
첫 프로젝트의 토자잔금을 위해 전세금을 빼고, 현장 근처에 매일 오가기 위해 구한 곳, 응암역 인근의 오피스텔. 매 공간마다 그 시간들의 기억들이 집약된 추억으로 남아 있다면 응암역은 태동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진 곳으로 기억될 듯하다. 첫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매일매일 쉽지 않던 시간들, 옆집 할아버지의 층간소음, 합정과는 다른 거리의 분위기 등. 5월 초에 이사하고 1월말까지 있었으니 8개월의 시간을 보내다 왔다.
합정으로 이사 가기로 맘 먹은 이유는 딱 한가지 뿐이다.
“운동”
핑계 같지만 응암으로 이사간 후 제대로 된 운동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 여기는 한강과 같은 조깅코스가 없다는 이유 (불광천이 있는데 말이다!), 나는 무척 게으른 사람이다 헬스클럽 말고 PT를 받아야 하는데 이전 PT 선생님 같은 분이 없다는 원인 등. 갖은 핑계거리 속에 결국 한번도 운동을 안했고 나름 탄탄해지던 내 몸은 점점 물렁거려가고, 밤만 되면 집중력이 흐려지고 아침에 제 때 깨지 못하는 등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다시 사업이란 레이스를 해나가면서, 그리고 부동산 개발업이란 긴 호흡을 해나가면서, 더욱이 하락장이 시작되면서 무엇보다 버텨나갈 체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고, 강제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로 맘 먹고 합정으로 이사를 하였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이야기 했듯 인생의 장기전을 위해 체력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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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시작한 일은 스스로 추진해 나가고 스스로 완성해내야 합니다.
그런 작업을 인내심을 갖고 꼬박꼬박 해나가기 위해서는 지속력이 필요합니다.
지속력이 몸에 배기 위해선 기초체력이 몸에 배도록 할 것, 다부지고 끈질긴, 피지컬한 힘을 획득할 것, 자신의 몸을 한 편으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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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합정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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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강조깅코스가 있다.
합정 – 양화대교 – 당산 – 여의도 – 서강대교 – 광흥창 – 합정 으로 이어지는 코스.
한강을 그리고 봄날엔 여의도 벚꽃길을 가장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코스로 10KM에 1시간 정도 걸린다. 한번 달리기 시작하면 경치에 취해, 그리고 돌아올 수 없기에 억지로 1시간을 뛰게 된다.

2. 마포구민체육센터가 있다.
1회에 5만원 하는 PT는 효과를 떠나 나에겐 너무나 아까운 비용이었다. 건강이 중요하다 하지만 비용 대비 그만한 가치를 잘 못 느끼는 것도 있고. 그러던 중 마포구민체육센터의 단체 PT를 알게 되었는데 회당 1만원 정도로 굉장히 저렴하다.
그리고 PT 선생님은 2018년 국민체력 100 체력왕 선발대회 중년부 우승을 차지한 김양분 선생님! 나름 운동 fit도 잘 맞고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운동 중 여러 좋은 이야기들도 많이 해주셔 (항상 밝게 웃어라, 좋은 마음을 유지해야 운동도 효과를 더 본다 등등)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은 녹아내리지만 마음은 정화되는 순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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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고민하다, 이사를 결정하고 합정까지 정하게 가장 큰 이유인 운동. 이 다짐이 헛되지 않도록 하자. 설 이후의 레이스를 작심삼일로 끝내지 않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