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슬로]를 보고 ; 과정을 만들어 간다는 것 [20181104]

 

# 연극 <오슬로>

명동예술극장에서의 공연은 항상 보러가는 길을 설레게 한다. 가는 길에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 중 제일 좋아라 하는 명동교자도 들리고 품격이 느껴진다는 공연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관객석과 무대의 밸런스 때문이다. 7~8열 가운데 좌석에 앉으면 높은 층고의 무대와 적당히 봉긋 솟은 좌석 덕분에 배우의 에너지가 온전히 느껴지는 순간들을 느껴나갈 수 있다.

이번 국립극단에서 하는 연극 [오슬로]는 갈수록 일들이 바빠져 보러 갈 여유가 사실 없었는데 관객들 반응이 좋고 또 그래서인지 매진표도 워낙 많은 걸 보며 궁금한 나머지 겨우 2층 구석의 한자리 구해 관람 하게 되었다. 공연 전 맛나게 먹은 칼국수 때문인지 공연 초반 꿈뻑 졸기도 하였지만, 연극은 나름 재미있었다. 배우들의 멋진 연기와 전달, 그리고 무대장치나 장면전환될 때마다 사용되는 조명들을 보며 연극보다 연기와 연출에 더 중점을 두며 본 것 같다. 커튼콜 때 기립박수도 많았지만 사실 나에게 크게 와닿지는 않은 공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보고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연유는 주인공 티에유의 마지막 대사들과 어제 저녁 부동산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대학 선배와의 술자리 대화라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 결국 우리에게 남은 건 정녕 무엇이란 말인가?

연극은 1990년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평화로 이끌었던 오슬로 협정이 이뤄지기 까지의 비밀 협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지나한 시간 속에 오슬로 협정은 이뤄지게 되어 분쟁이 종식되고 평화를 기대했지만, 그 협정 뒤 곧바로 테러와 전쟁이 터지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간다. 그리곤 티에르는 되묻는다. 과연 우리의 노력들이 결국 헛수고 였냐고.

 

연극은 항상 사라진다. 1993년 오슬로 회담을 막후에서 준비하고 성사시킨 인물들은 이제 역사라는 무대의 막 너머로 사라졌다. <오슬로>의 엔딩장면은 이 사라짐을 보여준다. 그리고 역사적인 오슬로 회담에 의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간의 평화의 초석을 놓았지만, 그 평화는 지속되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의 폭력은 지금 차라리 더 심화된 것처럼 보인다. 이 모든 시도는 과연 헛된 것일까? 그리고 동시에 이 헛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우리의 연극 또한 헛된 놀이에 불과한 것일까? 그리고 <오슬로>에서처럼, 돈키호테처럼 불가능한 평화를 논의하는 모든 논의는 결국 헛된 것일까?      – <프로그램북>

 

다시 티에르의 객석을 향한 대사와 함께 조명은 꺼진다.

친구들.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고, 실수도 하고, 실패도 겪었지만 어쨌든 우리는 과정을 만든 것이어요. 우리가 얼마나 멀리까지 왔는지 보세요! 우리가 피와 공포와 증오를 모두 통과해서 이렇게 멀리까지 온 거라면, 앞으로 여기서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겠어요? 저기 지평선. 그 가능성. 보여요?

 

오슬로 협정은 완성되지 못했지만, 이후 양국간 모든 평화협상의 이정표가 될 만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의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과정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나의 이정표들을 만들어 놓았기에 다음번엔 더 잘하고 보완할 수 있는 초석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 과정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도 않지만 그 결과 여부를 떠나 의미있고 대단한 시도이다.

 

# Winter in Coming

어제 토요일밤, 아끼는 대학 선배와 오랜만에 만나 여러 담소를 나누었다. 선배는 졸업 후 10여년 간 부동산 금융업계에서 일하며 500-3000억 규모의 개발 사업에 대한 부동산 금융 관련 업무를 하기에 누구보다 시장과 디벨로퍼 생태계에 대해 감각과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어 이제 갓 이 업을 시작한 나에게 많은 조언과 질책을 해주는 형님이다.

미국발 금리인하로 인해 유사 이래 가장 금리가 낮았던 지난 10년 간의 부동산 호황기를 뒤로하고 2018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한국 부동산은 확연히 하락장에 접어 들었단다. 미국은 경제호황으로 금리가 오르는데, 한국은 경제도 불황이며 심지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맞춰 한국 금리도 올려야 하는, 다들 처음 맞이하는 상황이기에 여의도의 전문가들도 어째야 할 줄 모른단다. 그리고 그 하락장은 2019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매우 가팔라 질 것이란 예측이기에 지금은 개발사업을 하지 말고 몸을 움츠리고 있어라는 선배의 조언이었다.

경험도 중요하지만 부동산 개발은 철저하게 금융업의 매커니즘으로 돌아가기에 시장 흐름을 매우 유심히 따라야 한다는 것. 이제 지난 1년 간 개발업에 대해 혼자 체득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조금씩 확장해 보려는 나에게 선배의 엄중한 조언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무겁고 진중한 고민들을 많이 하게 하는 밤이었다.

 

# 과정을 만든다는 것

그렇게 또 연극을 보며 영감을 받고 힘을 얻는다. 어쩌면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좋은 결과가 아니라 여러가지 시도하고 도전해 보며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제 아직 1년차도 안되었고 3년 간은 여러가지 시도하고 실수도 하고 실패도 겪어야 그 굳은 살들이 박혀 뻗어나갈 수 있는 그릇으로 되는 걸 지난 경험에서 배웠지 않는가?

과정을 만들기 위해 계속 시도하고 나아가야겠지만, 부동산 개발이라는 것이 레버리지를 극대화해 진행하는 사업이기에 한번이라도 무너지는 걸 경계해야하고 특히나 하락장에서는 더 그래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도는 하되,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거나 보유현금을 넉넉히 두며 진행하는 것이 현명한 방향이지 않나는 생각이 들었다.

 

# 집장사는 집을 지어야지요

하정우 배우님_<신과함께> 인터뷰 중

배우가 연기를 하듯 집장사는 집을 지어야 한다. 그 과정만이 진짜 내공을 쌓을 수 있고, 그런 내공을 많이 쌓아 놓아야 훗날 상승장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힘껏 움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치지 말고 나아가자 제임스.

 

끝.

 

※ 이 글의 카테고리를 [디벨로퍼LIFE]로 할지 [劇的空間]에 넣어야 할지 살짝 고민했는데 어쨌든 연극을 통한 영감이기에 [劇的空間]에 넣게 되었다 🙂

 

글쓴이

James Jang

파란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나라

2 thoughts on “연극 [오슬로]를 보고 ; 과정을 만들어 간다는 것 [20181104]”

  1. 형 안녕하세요 ㅎㅎㅎ 저 주형인데 기억하시나요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링크 보고 들어와서 한참을 읽었네요 어디든 제 발자취 남기는 거 꺼려하는데,,, 읽다가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들고 옛날에 형이랑 선영이 누나랑 부대찌개 먹던 것도 생각나고 해서 글 남겨요~~~ fes 때 열심히 밤 새던 기억도 나면서 아 나도 다시 힘내야지 하게 되는 …. ㅎㅎㅎ 멋있게 사시는 거 같아서 기운 얻어 갑니다~~~ 화이팅하세요!!

    1. 와 주형아 오랜만이야. 호영이 결혼식 모임 때 본 기억이 마지막인 것 같은데 피디 생활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하네.
      이제 막 일을 시작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는 한 해인데 계속 성장하며 잘 나아가볼게!

      너도 하는 일 건승하길 바라고, 난 주로 증산-응암 라인 쪽에 많으니 상암 쪽이면 점심이나 한끼 하자구나 🙂 응원 고마워!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