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designer Cindy
중국에 빠져있던 제임스가 세상에 이번엔 집을 짓겠단다. 그리곤 오랜만의 만남에서 김치찌개로 꼬드기며(;;) 새 출발을 축복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부탁하여 왔다. 그렇게 봄바람 살랑 불던 2018년 3월, 젊은 층의 1인가구를 대상으로 쾌적한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부동산 개발회사 ‘파란건설 (BLUE GROUND)’의 CI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건설이란다. 식후 커피를 마시며 ‘파란나라’라는 연극을 모티브로 이름짓게 되었다며 그 연유를 이야기해 주는데 얼큰한 찌개 맛과 함께 불현듯 어린 시절 듣던 청롱한 동요 노랫말이 내 귀에 울리는 건 왜일까?
프로젝트의 시작과 함께 Ideation을 해보며 1) 꿈과 희망, 파란을 일으키다, 파란만장 등 [파란]이 지니는 여러가지 의미와 2) BLUE 계통의 컬러, 그리고 3) 건설이 주는 이미지 등 이 모두 나타낼 수 있는 로고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와 함께 [건설]과 관련된 단어들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보았다.
건설, 건축, 시공, 토목, 설비
나무, 벽돌, 시멘트, 철근, 콘크리트
단단함, 견고함, 안정적인, 튼튼한, 안락한, 편안한
주택, 빌딩, 빌라, 아파트, 상가
이렇게 단어들을 나열해 가다 보니 문득 어릴 적 즐겨 보았던 애니메이션 ‘아기돼지 삼형제’ 에 나온 벽돌집이 떠올랐다. 후후 늑대의 거센 입김을 버텨냈었던 그 단단한 벽돌집이 말이다!
‘집알못’ 이지만 아파트건, 빌라건, 단독주택이건 어쨌든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공간은 외부의 여러 가지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 [벽돌]이라는 재료가 집을 짓는데 튼튼함과 견고함을 나타낸다는 생각에 [벽돌]을 이번 디자인의 모티브로 삼기로 하였다.
파란건설의 영문명은 BLUEGROUND 이다. 벽돌들이 견고하게 쌓여있는 정사각형의 프레임 안에서 파란건설의 영문명 ‘BLUE GROUND’의 첫 알파벳 [B]와 [G]를 조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다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곤 혼자 으쓱해 하며 기분 좋아했던 기억이 하하) [B]와 [G]를 각각 따로 표현할지, 결합하여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할지 등 그 조합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최종적인 로고의 형태에서 집이나 건물을 의미하는 이미지까지 포함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았다.
정리하자면
1) [벽돌]을 기본으로 하는 모티브
2) BLUEGROUND에서 따온 [B]와 [G]의 조합
3) [건물]을 떠올리는 로고 이미지
이 3가지를 꼭지점으로 하여 본격적인 스케치를 시작 하였다.

여러가지 스케치 안들 중에서 몇가지를 추려내게 되었고 이 중 가장 괜찮다고 생각되는 1안을 컴퓨터로 작업하며 좀 더 섬세하게 다듬어 발전시켜 보았다. 라인의 굴곡들을 생략하고 꺾임을 최소화하고 또 이리저리 방향을 돌려보며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짜잔, 드디어 완성이다. [벽돌]들을 쌓아나가 더 안전하게 두개의 집을 나타내고자 하였고 이를 [B]와 [G]의 결합한 형태로 풀어보았다. 그리고 이를 보기좋게 90도 시계방향으로 회전시켰다.
이제 남은 건 텍스트 로고. 제임스가 이 업계에서는 새파란 젊은 청년이지만, 주로 만나는 사람들이 연령대가 있으신 분들이고, 또 부동산 개발이라는 중의 왠지 모르는 업의 무게감이 있기에 기존의 스타트업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조금은 진중한 이미지가 더 낫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너무 젊고 발랄한 이미지는 자제하고 로고타입 또한 무게감있는 고딕 폰트로 표현하였다.

한편으로는 봄기운의 영감과 함께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된 로고에 대해서 혹시나 다른 대안들이 없나 요모조모 고민도 같이 해보았다. 로고 이미지가 차라리 촌스러울 지 언정, 스타트업 스럽지(?) 말아 달라는 제임스의 요청에 일부러 조금 OLD한 이미지와 색깔들의 조합을 넣어 보기도…..

하지만 역시 구관이 명관이고 첫빨이 끝빨이었다. 여러가지 옵션들을 가지고 제임스와 논의를 하였는데 우리 둘의 의견을 역시 첫 느낌 그대로였다 🙂 이렇게 파란건설(BLUE GROUND)의 여러가지 의미가 듬뿍(?) 담긴 로고가 완성되었다.
CI 가이드라인

‘파란건설’의 CI 작업은 내게 여러모로 의미있고 즐거웠던 프로젝트였다. 오랜만에 만나 이를 계기(?)로 더 자주 보고 함께할 수 있었고, 오랜 인연의 새로운 출발에 응원의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것도 기쁨이었다.
제임스도 나도 ‘함께’ ‘부동산 개발’ 회사의 CI 디자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처음이었기에 무엇이 정답일까 하는 고민들이 조금 있었지만, 과정과 결과물에서도 둘 다 만족한 것도 다행이고 말이다. 아마도 알고 지냈던 기간만큼 서로를 믿고 소통하였기에 가능한 뜻 깊은 결과물이라고 생각되었다. 따뜻한 봄날의 이야기처럼 파란건설에도 봄의 설렘이 가득하기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