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와 함께한 빨간여름 [20180912]

 

소중한 경험들과 반짝이는 생각들. 또 다시 일상 속에서 사라지기 전에 기억해 놓고 싶었다. 이쁜문장 보다는 투막한 서술. 이대로 잊기 싫기에 서둘러 글을 남겨 놓는다.

@ 20180819

 

# 1. 다시 연극

새로운 업을 찾았고 또 그래도 첫 발은 내딛게 되면서, 문득 다시 연극을 해보고 싶어졌다. 지금도 여전히 정신없이 달려나갈 때지만 그래도 그나마 조금 여유가 생겼나 본다. 그렇게 [극단 고래]에서 주관하는 시민 낭독프로그램에 신청하게 되었고 다행히 1: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하게 되었다. 같은 시기에 모집한 서울시 극단의 프로그램도 지원하였는데 아쉽게도 떨어졌다. 돌이켜 보면 본업의 업무 속도도 빠르게 돌아가던 시기였기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했으면 업무에 지장이 생겼을 듯.

 

# 2. 다양한 사람들

시민낭독극. 그렇게 2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20대부터 50대까지. 하는 일도 제 각각이다. 학생, 성폭행 신고센터 상담사, 회사원, 배우 지망생, 전기 시공자, 은행 청원경찰, 백수 등. 작년의 워크샵과는 다른 관계 맺음이었다. 지난 번엔 나 혼자 일반인이었기에 못하는 것을 인정해 주고, 나름의 배려와 응원(?)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모두가 동등한 관계 속에서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에 이전과는 다른 부분에 당황하기도 하였고 그 속에서 미묘한 재미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렇게 서로가 아직 어색할 때쯤, 서로의 아팠던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각자 살아가며 가진 아픔들은 오히려 끄집어 내어 공유해야 치유가 된다는 연출님의 말씀. 그리고 연극은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열어 놓는 것인데 그러려면 자신을 먼저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가 조금씩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 놓으면서 숨죽여 이야기 듣던 나는 많이 놀랐었다. 지독한가난, 가족과의 불화, 지인의 죽음, 어머니의 치매, 알코올 중독, 시어머니와의 갈등, 자녀의 공황장애, 부모님의 이혼, 우울증, 자살시도, 아버지의 지속적인 폭행, 회사 내 갑질 등 그 아픔들의 정도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인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묵묵히 들으며 함께 가슴 아파하는 한편, 나는 참 감사한 환경 속에서 살아왔구나 새삼 감사하게 되었다.

마무리가 될 쯤 누군가가 한 말이 참 인상에 남는다. 꿈을 위해 아픈 건 아픔이 아니라는 것. 내 꿈을 위해 힘든 건 괜찮다는 것.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는 지금의 내게 참 많은 힘이 되는 말이었다.

이러한 연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은 모두 선하고 으쌰 하리라는 것은 여전히 내가 깨지 못하고 있는 착각이었다. 이 속에서도 마음이 많은 사람들끼리 친해지는 무리가 생기고, 마음이 안 맞는 사람들끼리의 마찰이 종종 살짝 표면적으로 나오기도 하였다.

이번에 새삼 느낀 건 나이가 들수록 그 다름의 간격이 점점 벌어져 어느 순간은 서로 메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구나 하는 점이다. 30대가 지나면 사람들끼리 친해지기도 힘들다는 말도 어느 정도는 맞는 듯하다. 이 다름에 대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성인으로서의 자세이지만, 그 다름이 종종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내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3개월의 시간이 지나 서로들 어느 정도 가까워 졌지만 완전한 벽은 허물지 못한 채 조금은 아쉽게 다들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 3. 108배 그리고 명상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가장 많이 배운 건 아마 108배와 명상인 것 같다. 수업 시작 전 항상 1시간씩 진행하던 이 과정은 조금씩 내 일상에 접어 들었고 내 생활에도 자그마한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물리적인 환경을 변화시키기 보다 정신적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빠르고, 만약 지금의 상태보다 나은 세상을 원한다면 나를 변화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하루 2번 명상과 하루 1번 108배를 하는 것이라 한다. 그렇게 1,000일 정도 하면 마인드가 달라지며 세상이 아름다워 진다고.

108배와 명상의 핵심은 지금 이 순간 여기 오롯이 우리가 존재하며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그 기운이 먼저 나를 치유하고 그 에너지가 바깥으로 나가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한다. 불교철학 중에 보시라는 개념이 있는데, 보시 중 가장 큰 보시가 법보시라고 하며 이는 바로 세상을 위하는 마음인데, 이 기운들이 돌고 돌아 결국 나한테 돌아온다고 한다.

 

* 아래는 108배와 명상에 대한 부가 설명들

명상을 하는 것은 호흡을 관찰해 나가기 위해서이고, 108배를 천천히 한 것도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 이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기 위해서.

마음 버리기를 위해서 108배를 한다. 잡념을 없애려면 육체적 노동이 필요하다. 그렇게 마음이 비워져야 공감을 위한 토대가 된다.

명상은 멍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호흡을 봐라 보는 것이다. 의식을 날카롭게 집중하고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면서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그 호흡이 처음에는 덩어리로 느껴지다 나중에는 미세하게 느껴지며 숨 한톨한톨을 느낄 만큼의 섬세함이 생기게 된다.

그렇게 호흡을 인식해 나가다 보면 내 몸과 마음에 대해 바라보게 되고,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세세하게 보이게 된다. 업장, 습관에 대해서도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고 견디게 된다. 그렇게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다. 그러면 세속적인 성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이다.

 

김동완 배우님께서 강조하신 “느긋해지기, 느긋하게 스마일”도 비슷한 맥락이라 생각한다. 잘하려니 잘 안 되는 것이기에 잘하고 싶은 마음을 버려야 하는 것. 잘하려고 하니 걱정과 긴장이 생기는 것이기에 일생 생활의 시시각각에서 호흡을 인식해 나가보며 느긋해 지고 행복해 지게 된다고 하시며 우리 몸 안에 자연이 있다고 생각하라 하셨다. 호흡이 몸 안을 왔다 갔다 하는 파도같이.

 

# 4. 빨간시 그리고 “아비”의 배역

극단 고래의 대표작이라는 <빨간시>를 이번 낭독극의 작품으로 하게 되었다. 올 초에 공연을 할 때 보러가고 싶었지만 조금 분주하여 보지 못하였는데 오히려 안 보아 더 잘 되었단 생각이 들었다.

캐스팅이 시작되고 내가 신청한 “동주”와 “염라” 배역이 아닌 “아비”역을 맡게 되었다. 지나간 이야기 이지만 만약 원했던 배역들을 맞았으면 큰 일 날 뻔했고 (실력도 부족한 듯하고, 연습할 시간도 많지 않았는 듯) 어쩌면 그걸 알기에 연출님께서도 나에게 어울리는 배역을 정해주셨는지도 모르겠다. 각자 살아온 과정에서의 모습들이 있고 그것이 얼마만큼은 캐릭터에 들어갈 수 밖에 없기에 평소 배우들에게 주인공을 맞고 싶으면 잘 살아가라는 대표님께서 나에게 “아비”라는 역할을 주었을 때 사실 아쉬움이 조금 있기도 하였다. 대사량이 많은 배역도 아니고 이번에도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배역이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고 생각해 보면 “아비”을 맡게 되어 참 많이 배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연기적인 배움을 떠나, 이 역할 – 아버지의 존재를 모르고, 어머니에게 구박 받으며, 아들이 죽게 되고, 어머니의 죽음까지 맞이하게 된 기구한 운명 – 의 전사와 감정들을 이해해 보려 하면서, 사실 그 감정을 잘 와닿진 않았지만 그 상상을 해보며 가족의 소중함에 연습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자주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던 것 같다.

그나저나 이 중요한 대사를 공연 때 왜 빼먹었나 말이지…

 “아버지 제삿날 자식새끼 죽고나이, 아버지가 보고 싶데예”

 

# 5. 배우 장재영 (?)

작년 배우 분들과의 워크샵 공연에는 깡이 있었다. 비록 1달 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full 타임으로 연습을 하며 배역에 몰입할 수 있었고, 연극영화과를 전공한 분들과 함께 하며 난 일반인 이기에 못해도 이 정도면 잘하는 거야 하며 스스로를 다독거리며 공연까지 갈 수가 있었다.

 

 

 

어쩌면 연극영화과 출신은 아닌 일반인이 이 정도로 고민하고 이렇게 도전 한다는 것에 여러 분들이 응원과 격려를 해주었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자신감이 붙었던 작년이었는데 올해는 조금 다른 상황이었다.

사촌이 땅사면 배 아프다고 했고, 미국 사람의 큰 성공보다 한국인의 작은 성공에 더 시샘을 느낀다고 했던가? 그렇게 일반인들이 모인 자리, 누군가는 직장인 극단과 연극 동아리 등에서 연기를 꾸준히 해왔고 누구는 처음이었지만 실력 차이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오랫동안 극단 경력을 가진 사람이지만 “와 진짜 못한다” 마음 속으로 생각한 적도 있고, 처음 연기를 접하지만 마음에 울림을 준 사람도 있었던 걸 보니 연기력이라는 것이 실력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그 간 살아온 축적들이 발효되어 그 순간에 나오는 게 아닌가 싶었다.

갇힌 몸과 마음에 대해 스스로 아쉬운 마음이 있었기에 연기를 하고 싶었는지 모르고 연기를 하면서 즐거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깨닫게 된 건 현재의 나 자신은 연기를 잘 못하고, 재능도 많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더 하기로 하겠다.

 

# 6. 막이 오르고

공연이 다가오는 시간, 여러 사건들이 있었다. 앞집 할아버지는 아침마다 플루트를 솔솔 불어대고, 시공사 사장은 돈을 가로채려 하고, 현장소장은 객기를 부리며 카톡방을 뛰쳐나가고, 한국은 유래없는 더위로 나가기만 하면 땀 범벅이 되는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다.

참 다행이었던 건 매 1주일의 여러 상처들을 일요일 연습의 108배와 명상으로 치유하고 아우를 수 있었던 점이다. 그렇게 일상을 달래이며 첫번째 현장, 두번째 현장을 진행하며 세번째 현장 매입까지 진행을 하게 되며 공연도 일도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나갔다.

공연을 하게 되었고, 짧지만 두번의 등장에 무대를 올랐다. 연습이 부족해서 일까, 일상과 연습의 반복 속에 몰입이 안되어서 일까, 그 배역에 온전히 공감할 수 없어서 일까? 결국 공연을 하는 날까지 나는 캐릭터 분석이나 전사에 대한 고민 없이 배역을 연습하게 되었으며 무대에서 상황과 캐릭터에 대해 온전히 몰입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중요한 대사도 빼먹게 되었고. 오랜만의 무대였지만 여러 모로 참 아쉬움이 많았던 순간.

 

 

# 7. 고마운 손님들

공연에 초대할 사람들을 떠올리며 문득 몇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 중에 요즘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앞집 할아버지도 있었고, 시공사 사장님도 있었고, 또 이경준 대표님도 있었다.

내게 미운 감정이 생겨나게 하고 또 그를 통해 나에게 새로운 힘을 준 인연들이기에 이번 공연에 초대하고 싶었는데 여의치 못하고 이경준 대표님만 오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 나를 응원해주는 고마운 초롱이, 소영이도 함께 오게 되었구. 서로 간의 사연들이 있기에 불편한 자리일 수도 있었을 텐데 참 고맙고도 미안하였다.

그렇게 2년 만의 만남이다. 평생 안 볼 것처럼 연락을 끊었던 사이. 초롱이 말처럼 초대하기도 힘들었을 거고, 참석하기도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서로가 그냥 자연스레 악수를 나눴다. 그렇게 헤묶은 아픔들을 서로가 치유해 갈 수 있었던 만남과 시간이었다.

 

# 8. 연극과 나에 대하여 

야구를 보는 것과 야구를 하는 것은 다르다. 물론 보는 야구를 넘어 사회인 야구단을 통해 야구를 하게 되면 보는 ‘프로야구’에 대해 아는 만큼 더욱 흥미로워 지겠지만, 야구를 한다고 야구를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야구’를 ‘연극’과 바꾸어도 동일한 맥락일 것이다. 좋아하는 연극을 보는 것과 연극을 잘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 라는 것. 연극 보는 것을 좋아하고, 나아가 연극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 하지만 이번에 깨달은 건 내가 연극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선을 노력을 기울인 건 아니기에 굳이 변명을 곁들이자면 연극을 하는 것에 재능은 없다는 것.

뭐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오랜 시간 갇혀 살아 왔고 , 자유롭게 살고 싶었지만 그 갈망에 대해 자유로이 표출한 적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중 속의 나와 실제의 나 속에 나 조차도 많이 당황한 적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연극계에서 흔히 쓰는 은어인 “ㄸㄸ이 배우”라는 말이 있다. 배우 혼자 감정에 흠뻑 빠져있거나, 스스로의 표현욕을 배설하듯 연기하는데 관객이 그에 대해 공감을 못할 때, 혼자 자위한다는 의미에서 쓰는 매우 불명예스러운 말이지만 연습실에선 ㄸㄸㅇ 치지 말라는 표현이 종종 쓰이곤 한다.

공연을 준비하고 연기하는 것은 좋아지만, 관객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어쩌면 영원히 살 수 없는 나는 아마추어 ㄸㄸㅇ배우는 아닐까? 그런 내가 계속 연극과 연기를 해 나가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는 내내 들었다. 심지어 너무 속상한 나머지 공연이 끝나곤 혼자 술도 마셨지 머래.

그렇게 취한 채 하루를 잊어가며 밤을 보내곤 다시 깨어나 든 생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나가자는 것이다. 그래도 조금씩 노력하다보면 더 나아지겠지란 희망. 그리고 오랜만에 찾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기에 이대로 포기하거나 놓치기 싫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짐하게 되었다. 연극을 하게 되더라도 지인들을 초대하지 말자고. 어찌 보면 내가 좋아서 하는 거지 보는 사람이 좋은 건 아니지 않는가? 초대라는 명목으로 소중한 지인들 시간을 뺏지 말고 좋아하는 것 혼자서 묵묵히 즐겨나가자고. 대신 보다 나아지기 위해 노력은 해나가자고.

그저 1조원의 자산가로 내 인생이 끝날까 자다가도 번쩍 깬다는 허민 대표님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나 자극도 되고 힘도 되었다. 그래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600&key=20180816.99099006887

 

 

# 9. 행복은 주어지는게 아니라 선택하는 것

공연을 마치고 연출님이 해주신 이야기 그리고 개인적으로 드린 질문에 대한 말씀들

1) 남의 고통을 함께하고 치유하려 노력하는 삶. 그러면 우선 자신이 치유되며 그 속에 놀라운 일들이 많다.

2) 행복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선택했듯 이 하루하루 행복을 선택해 살아나가길 바란다.

 

# 1. 나쁜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베풀고 법보시를 기원해야 하는가?

나쁜 사람들에게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나쁨을 피해가면 그 사람들은 또 다른 곳에 가서 나쁜 일을 하게 된다. 나쁜걸 응징해야 자신들이 당한다는 걸 알고 그런 일들을 안 하게 된다 법보시를 베풀라는 것은 나쁜 사람들에게 아니라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 2. 대표님처럼 온화한 성품으로 어떻게 개성인 강한 사람들이 모인 극단을 이끌어 가는가?

온화하게 이야기 하지만 죄와 벌은 필요하다. 감정적으로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온화하게 말해도 원칙이 필요하다. 나 같은 경운 거짓말 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데 그래서 우리 극단 내 배우 중에서 거짓말을 해서 퇴단 당한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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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쓴 글. 그렇게 작정하고 써야만 완성되는 글을 써내 왔다. 이제 다시 또 일상이 시작되고 그 일상에서 잘 해나가야 할 것들이 많기에 오롯이 정신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되는 일상 속에 감사한 경험과 시간과 깨달음들이 묻혀지긴 싫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 어느 여름날 그 한 켠의 감사한 기억. 이 쯤에서 마무리 한다. 부디 내년 이 맘 때, 이 글을 다시 기억하며 미소짓길 바라며.

모두 반갑고 덕분에 많이 웃고 배운 여름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별첨 1. 수업 중 인상 깊은 내용들

모든 사람의 삶이 똑같이 소중하다는 위계가 없음이 연극의 시작점임.

내가 말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듣는 사람들을 공유시키겠다는 걸 인식하고 하는 것이다. 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열리며 말하는 것이다.

일부러 라도 입을 열어주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입을 열면 딕션이 달라진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발성과 딕션이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려고 하지마라. 감정은 느끼는 것이다. 내가 느끼고 느낌을 머금은 채 말로 하려 하면 그게 관객에게 전달이 된다. 배우가 자신은 정서에 안 빠져들고 잇는데 표현하려 하면 관객은 징징된다, 오바한다고 공감을 못하게 된다.

남의 고통을 끌어와서 나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과정이 엄청 고통스러울 건데, 그 고통을 사회가 나누지 않으면 사회가 치유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건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거이 아니라 국가와 모두 함께 공유해서 치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 값을 실어야 하는데 그 때 대사가 입에 숙지가 안되면 대사를 생각하느라 감정을 실을 수 없게 된다.

감정은 결과로서 나오게 되는 것이다. 감정을 애써 내려고 하지 마라. 감정은 공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인물의 상황을 느껴야 내가 사라진다. 내 ego가 사라져야 관객을 의식하지 않고 무대에 집중하게 된다.

협업예술, 팀의 성취를 위해 개인의 상태나 욕망에 대해 희생하는 것도 필요하다.

 

#별첨 2. 주옥 같은 대사들 

염라ㅣ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 한 번 태어나기가 쉽지 않은데.

동주ㅣ돌아가지 않아요.

옥황ㅣ너한테 주어진 몸과 마음은 어떡하고

염라ㅣ너한테 주어진 시간과 공간은 어떡하고

동주ㅣ어긋난 몸과 마음, 뒤틀린 시간과 공간, 개한테나 주시죠

——-

동주ㅣ내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까… 캄캄한 어둠 속으로 내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까… 서럽고 두려워서 못 견디겠어요.

옥황ㅣ나일수록 고통일 텐데.

동주ㅣ그래도, 나로 남고 싶어요.

——-

염라ㅣ우주는 한없이 커지기도 하고 끝없이 작아지기도 해. 기억이 무의식이 되면서 이미지가 되고, 얼룩이 되고, 무늬가 되지. 그 무늬가 우주에 맺혀 있다 다시 욕망이 되고, 그 욕망이 쌓이고 쌓여서 비로소 하나의 세포가 되는거야. 너는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니?

옥황ㅣ이미지가 되는 순간부터 말을 벗어나게 돼. 기억나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 세포 속에 맺혀있는 무늬를 풀고 이미지에 말을 입혀서 가져오면 네가 살아온 삶이 펼쳐지는 거야.

——

염라ㅣ욕망이 희망인지

옥황ㅣ욕망이 절망인지

염라ㅣ시작 같기도 하고

옥황ㅣ끝 같기도 하고

염라ㅣ어둠인지 빛인지

옥황ㅣ백인지 흑인지

—–

동주ㅣ그냥 죽지

옥황ㅣ죽는다고 고통이 사라지지 않아

동주ㅣ그렇게 구차하고 비루하게 살아가야 하나?

염라ㅣ기억하고 이야기해야 치유가 돼

동주ㅣ저 끔찍한 기억을? 치유? 누굴 위해서?

옥황ㅣ치유되지 않은 고통은 사라지지 않아. 다른 이의 고통으로 흘러 다니게 돼

동주ㅣ그래야지. 당한만큼 갚아줘야지. 모조리 갚아줘야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저주해야지. 죽여야만 살아있는 모든 것들 이 망할 몸뚱어리를 가진 모든 것들

염라ㅣ고통을 던지면 동심원처럼 언젠가는 나한테 오게 돼

——

동주ㅣ내 안에 바닥을 알 수 없는 욕망이 있습니다. 인간에 의해 채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이 끊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삶이, 살아있음이, 꽃 같습니다. 아름답고 두려운, 빨간 꽃 같습니다. 제가 그 두려움을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말이 두렵습니다. 침묵도 두렵습니다. 내가 두렵습니다.

 

글쓴이

James Jang

파란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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